영웅본색 – 용서와 구원의 힘
1986년 개봉한 오우삼 감독의 영화 ‘영웅본색’은 홍콩 영화의 고전입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열풍을 일으켰던 홍콩 느와르의 시작점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8-90년대 한국의 비디오 대여점의 모습을 떠올리면 3분의1 정도는 홍콩 영화가 차지하고 있었고 그 중 주윤발이 출연하는 영웅본색, 도신, 첩혈쌍웅 등 느와르 장르의 영화팬이라면 필수적으로 감상해야 하는 리스트였습니다.(지금 다시 보는 것도 괜찮다)
개요
이 영화는 법의 반대편에 선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범죄에 손을 털고 옳은 길을 가고자 하는 전직 삼합회 멤버 송자호(아호)와 형이 속해 있던 범죄 조직을 무너뜨리려는 경찰 송자걸.(아걸) 두 형제는 복잡한 관계와 범죄 지하 세계의 위험을 헤쳐 나가면서 과거와 자신을 지금의 위치로 이끈 선택에 직면하게 됩니다.
주제와 모티브
“영웅본색”은 용서와 구원의 힘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실수를 저지르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송자호는 흑사회의 2인자였기 때문에 킬러에게 아버지가 죽게되고 경찰인 아걸의 승진을 못하게 됩니다. 그는 과거의 죄를 속죄하고 싶지만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한편 동생 송자걸은 정의에 대한 공명심과 열망에 사로잡혀 형의 선한 면을 보지 못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구원이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송자호는 대만에서 붙잡혀 3년간 옥고를 치른 다음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합니다. 그러나 전과자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고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견숙의 도움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지만 조직의 새로운 보스인 담성(아성)은 흑사회 2인자였던 그를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결국 택시회사에서 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 그리고 동생인 아성의 목숨을 위협하는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를 잡습니다. 그와 생사고락을 같이한 마크(주윤발) 둘이서 조직에 쳐들어가서 위조지폐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테이프를 훔치고 이를 경찰인 아성에게 넘겨줍니다. 송자호는 조직과 목숨을 건 사투를 하고 결국 동생과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도 화해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용서라는 개념입니다. 아걸은 형의 과거의 실수에 대해 용서하고 그를 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두 형제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새롭게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영화는 형제애와 의리의 모티브로도 가득합니다. 두 형제 사이의 유대감은 영화의 원동력이며, 궁극적으로 두 형제가 앞길에 놓인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또한 서로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삼합회 멤버들의 의리도 볼 수 있습니다. 송자호의 파트너이자 친구인 마크는 아걸에게 형에 대해서 진심으로 대하라는 진심의 충고를 해주고 그들을 위해 희생합니다. 주윤발 식의 의리는 현대적인 배경에서 중국 무협지의 ‘강호의 도의’의 재해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씬에 송자호는 마크에게 먼저 떠나라고 하는데 마크는 보트를 돌려 형제를 구하러 옵니다. 친구를 위해 나의 목숨을 바친다는 이러한 ‘의리’ 개념은 꽤 일상적인 것으로 80-9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현대의 영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지만 ‘강호의 도의’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영향
용서와 구원의 메시지 외에도 ‘영웅본색’은 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홍콩이 큰 변화를 겪던 1980년대 홍콩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홍콩의 지리적 특성상 동양과 서양의 영향이 독특하게 혼합되어 서양 관객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묘사합니다. 후대의 많은 제작자들이 이 영화의 영향을 받게되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은 2000년대 초 헐리웃의 대작인 매트릭스의 액션씬 입니다. 슬로우모션 총격을 하며 클로우즈업을 하는 촬영방식은 생사를 다투는 총격액션씬에 감정을 극대화시켜 관람객들의 긴장과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오우삼 감독의 이런 방식은 스토리 플롯과 어우러져 홍콩 느와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습니다.
월드스타 주윤발
이 영화는 주윤발이라는 새로운 스타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영화입니다. 주윤발 역의 마크는 주연이긴 했지만 스토리상 주인공은 송자걸 형제(아호, 아성)입니다. 그러나 주윤발의 등장하는 모든 씬이 너무나 강렬한 나머지 영웅본색하면 주윤발이 먼저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잘생긴 외모에 카리스마 넘치는 쌍권총 액션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지금은 영화, 애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쌍권총 캐릭터가 보편적이지만 영웅본색이 처음 나왔을 때는 가히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영웅본색1의 인기로 인하여 도신, 첩혈쌍웅 등 홍콩 느와르에서 주윤발 영화라는 또 다른 장르가 생기며 동 시대에 활약했던 홍콩의 액션영화 스타들(성룡, 이연걸)과 함께 홍콩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됩니다.
‘영웅본색’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영화입니다. 용서와 구원에 대한 메시지는 1986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인간 관계의 복잡성에 대한 탐구는 감동과 생각을 자극합니다. 홍콩 영화의 팬이든 단순히 인간 경험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를 찾고 있든, ‘영웅본색’은 꼭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