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해리포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지금은 마법 판타지물의 클래식이 되어버렸지만 전세계적으로 1편부터의 센세이션은 정말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해리포터 시리즈에 이름을 견줄 수 있는 시리즈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코로나 이후 OTT시대에 구독자를 확장한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만, 드라마 형태고 아직까지 해리포터의 아성을 깨기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무엇보다 해리포터는 원작 소설의 탄탄함을 바탕으로 영화화 되었기에 그 영향력과 생명력이 후대에 까지 전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정도면 100년 후에도 사람들에게 읽히고 소비되기에 충분할 것 같은데요. 100년 후까지 살아있을 자신은 없으므로 대략 아무말 대단치네요 ㅎ
이 포스팅은 20여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의 리뷰입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시대의 사람들에게 리뷰될 해리포터니까 자유롭고 뇌피셜적으로다가 돌아보겠습니다.
소설과 영화
필자는 해리포터 1편 영화가 나오기 전에 소설로 먼저 접했습니다. 영화 1편이 나온 시점에 한국에는 해리퐅터와 불의잔, 즉 4권이 출간되었습니다. 해리포터의 완결은 2007년에야 나오기 때문에 아직 한창 소설이 진행중이었지만 이미 그 때 영미권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해리포터가 초중등학교에서도 추천도서로도 많이 읽었을 겁니다. 선량한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기본적으로 선과악의 싸움이기 때문에 동양의 권선징악의 개념에도 잘 맞아떨어져서 부모나 교사들도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기전에 소설을 먼저 접했다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소설은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영화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도 있었고,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부터 본 관객들은 만족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필자는 전자 쪽으로 1편이 나왔을 때는 소설에 비해 영화가 좀 아쉽다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건 다른 원작들도 겪는 일이기 때문에 감안해야할 것도 있고요.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각기 이유가 있을텐데 필자의 경우는 살면서 그렇게 생생한 소설은 처음으로 읽어봤기 때문에 해리포터가 영화화되었을 때는 그냥 다른 헐리웃 대작 영화의 수준이었다~ 는 정도? 해리포터 소설처럼 태어나서 처음 느껴봤던 그런 경험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소설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예를 들어보면 해리포터의 배경은 호그와트 마법학교입니다. 마법학교의 어두컴컴한 계단을 등불에 의지한채 걸어올라가는 덤블도어 교장의 발자국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그 계단을 함께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뭐냐면 소설은 해리포터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의 묘사를 굉장히 몰입감있고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사실 해리포터 소설의 1편은 소설의 이름 그대로 해리포터만이 주인공입니다. 다른 주변인물들은 모두 해리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읽다보면 주변인물에는 거의 신경이 안쓰이고 오로지 해리와 이 새로운 세계를 모험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해리포터 1편 읽은지가 20년이 넘은 지금 남아있는 인상을 가지고 보니 그렇습니다.
내용의 구성
소설 1권의 주요 등장인물은 해리포터, 덤블도어 교수, 볼드모트 등입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해리와 볼드모트가 언제 만날까 고대하게 됩니다. 물론 7권이 완결이기 때문에 조금의 인내심은 필요합니다. 악의 화신 볼드모트와 포터 집안의 악연, 이 거대한 서사가 해리포터의 중심축이며 마법학교 세계관은 그 대립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배경입니다. 해리포터의 세계관은 독창적인 Urban Fantasy입니다. 영국 중세풍의 마법학교 건물이라던가 호그와트와 머글들을 연결하는 기차역이라던가 유럽 20세기 중반의 느낌도 매력적입니다. 완전한 Urban Fantasy라기 보다는 적당히 중세풍을 섞어놓은, 또 SF스팀펑크도 약간 한스푼 가미한 느낌의 믹스가 2000년대 초반에는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왜냐하면 밀레니엄 시대라 해서 21세기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1000년을 맞이할 수 있는 세대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100년에 3세대라고 하면 34세대마다 1000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3000년이니까. 뭐 너무 간 설명이었을지 모르지만 1000년 뒤에 이유를 갖다 붙이려면 붙일 수도 있겠습니다. (오랜만에 포스팅 하니 완전한 뇌피셜이네여;;;)
소설 1권에서 헤르미온느, 론, 해그리드의 존재감은 비슷했다고 봅니다. 영화와는 좀 다른 부분이죠. 몸집이 거대한 어른인 해그리드와 동기생인 헤르미온느, 론을 같은 선상에 놓는게 영화는 어렵겠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동등한 해리의 조력자로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해그리드가 좀 더 호그와트 밖에서 이야기 전개에 역할이 많았지만 어쨋거나 이 세명의 특징은 해리포터가 어떤 사건에 말려들고 해결하는데 조력하는 존재입니다.
영화와 다르게 소설은 해리포터의 태생, 페투니아 이모, 더들리 가족과의 관계와 해리의 과거 이야기가 비중이 높습니다. 해리는 불행한 인생으로 태어나서 어두운 그림자가 있습니다. 소망의 거울에 보이는 해리 포터의 부모님은 해리가 갓난아기일 때 볼드모트의 손에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실제 본 일이 없습니다.(아기때니까 기억이 없음) 호그와트에 입학한 나이는 불과 11세로 그 나이때 고아가 겪을 부모를 향한 미칠듯한 그리움과 한편으로는 볼드모트를 향한 엄청난 분노가 영화에서 다 표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좀 아이러니 했던 것은 해리포터의 어린 시절을 괴롭힌 더즐리 가족은 소설에서는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게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우스꽝스러웠던 사람들, 마법에 대한 안좋은 과거 경험이 해리를 괴롭히는 원인인 것 처럼 보입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해리에게 그 정도로 대하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무엇보다 더즐리 이야기는 중세시대 동화책 내용 같았습니다. (요즘같았으면 SNS에 올라가고 더즐리 부부는 철컹철컹 행. 아들은 시설에 들어가고…)
해리와 친구들
해리의 친구들은 해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입니다. 해리는 최고의 마법사가 될 DNA를 타고 났고 이미 갓난아기 때 그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금금수저) 한편으로는 그 사건에서 부모님을 잃고 주변에 사람이 없게되죠. 친구를 얻는다는 것은 동료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성장스토리에는 항상 동료들이 있습니다. (극화가 리얼 인생스토리와의 차이)
헤르미온느는 지식과 총명함을 가졌고, 론은 덜렁대고 해리에게 충실한 우정을 보여줍니다. 이 친구들이 해리를 더 완전한 사람이 되도록 보완합니다. 사실 주변 캐릭터는 한가지만 보여주면 됩니다. 조연들이 너무 잘나가면 주인공의 입지가 흔들리기 때문에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소설에서는 그 선을 잘 유지했다고 봅니다. 다만… 영화에서는 그 선을 넘은게 있다면 헤르미온느의 캐스팅을 엠마왓슨이 했다는 부분입니다. 엠마 왓슨은 헤르미온느가 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과 캐릭터의 소유자입니다. 정확히는 소설의 헤르미온느와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이 요소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기엔 지금은 영상매체의 시대라서 전체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필자처럼 소설 2편까지 읽고 영화 1편을 보게되면 ‘어? 저게 헤르미온느라고? 저렇게 매력적이면 인물간의 관계도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의 헤르미온느는 책읽기를 정말 좋아하고 수업시간의 토론에 매우 열성적인 너드(Nerd) 스타일입니다. 뻐드렁니에 주근깨, 운동도 잘 안해서 몸매도 빈약하고 이런 이미지의 여자아이를 상상했던 거지요. 당연히 소설을 읽다보면 영웅으로 성장하는 해리가 관심을 주기에 너무 평범합니다. 마법학교에는 헤르미온느 말고도 집안좋고 다 갖춘 퀸카들이 꽤 있지 않을까? 뭔가 헤르미온느가 초반의 우울한 해리를 불쌍하게 여겨서 같이 다니는 느낌도 있고(혹은 그 반대일 수도) 그래서 영화의 캐스팅이 이해가 안됬는데… 이 영화는 당시 헐리우드의 대작 공식을 적용해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시리즈기 때문에 여자아이라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아역 배우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설 해리포터 1권에는 여주인공이 없습니다. 그건 헐리웃 영화 공식에는 맞지 않았나 봅니다. 결국 엠마 왓슨은 인스타 팔로워 약 7000만의 엄청난 셀럽으로 성장했습니다.
반면 론 역할을 맞은 루퍼트 그린트는 해리보다 스타성이 떨어지는 적절한 아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을 보필하는 역할이니까 그게 맞았을 겁니다. 참고로 루퍼트 그린트의 인스타 팔로워는 482만이네요.
스토리와 연출
영화 1편의 스토리는 소설의 줄거리를 충실히 재현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위에서 소설이 영화보다 뛰어나다는 식의 이야기였지만 영화가 좋은 점도 많았습니다. 2000년대 초 CG 기술력을 풀로 활용해서 보여준 마법의 연출, 호그와트 마법학교 실내의 재현이나 쿼디치 시합에서의 스피드함 이런 것들은 지금봐도 눈이 즐겁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영상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시작이 2002년이었으니까 동시대의 첨단 CG연출 수준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해리포터는 화려한 연출 중심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모험 스토리가 더 중요해서 원작자와 최대한 콜라보해서 풀시리즈까지 완성되었다고 봅니다. 상업영화는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전편을 성공시켜야 하는데요. 1편이 나올 때 소설은 아직 4권까지 출간한 상태로 중간의 영화 시리즈화의 결정이 소설의 후반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작가는 보통 결말을 정해놓고 소설을 쓰지만 영화화를 한 후 어떤 식으로든 JK 롤린도 피드백을 받았겠지요.
해리포터 1편은…
1편의 대성공으로 그 후 후속작이 잘 나올 수 있었고 무난히 최종편까지 나왔습니다. 7편이나 나오는 긴 시간동안 캐스팅 변화가 많지 않아서 관객들도 배우들의 성장하는 모습에 더 몰입할 수 있었지요.
현재는 쿠팡 플레이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다 볼 수 있습니다. 쿠팡 플레이는 로켓와우 가입 시 30일 무료로 볼 수 있으니까 메리트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해리포터를 보고 책을 찾아보니 20주년 개정판이 나왔더군요. 2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비싸네요. 해리 포터 워낙 브랜드가 되버려서 앞으로도 한참동안 비싼 가격에 잘 팔릴 듯 합니다. 영화를 한편씩 보면서 단품으로 모으던가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