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2022년6월5일 작성한 것을 WP로 이전한 것 입니다.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은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라는 것도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쥬라기 시리즈에 대해서는 30년 동안 좀 말이 많았습니다. 어떤 방식의 쥬라기가 맞는가에 대한 호불호가 좀 갈리지요. 필자는 쥬라기 공원1의 올드팬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의 리뷰입니다. 호불호가 강한 영화의 리뷰는 논쟁이 좀 있는데 개인의 관점이라는 점 양해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작정하고 쥬라기 공원의 올드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포커스로 만든 영화로 보입니다. 다른 시리즈의 주인공들도 존재감이 강하지만 그건 좀 가까운 세대의 팬들까지 만족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상업적인 믹스)
썸에 대한 정리
숀코네리와 해리슨포드를 떠올리게 하는 휜머리와 수염을 기른 앨런 그랜트와 이제는 풍부한 경륜이 느껴지는 엘리 새틀러가 초반부 부터 등장했을 때 올드팬으로써 감회가 새로왔습니다. 아 – 멋지게 늙었고 다시 만났다 – 둘이서 쥬라기 월드를 함께 방문하고 모험을 하는 부분은 두 사람의 썸을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비중있게 보여줍니다. 영화 마지막에 가면 30년간 끌어왔던 두 사람의 관계가 정리됩니다. – 결과는 마지막 장면에 나옵니다.
오웬 그레디와 클레어 디어링은 쥬라기 월드를 이끌어온 시리즈 후반기의 주역입니다. 두사람의 관계는 쥬라기 공원 설립자인 존 해먼드의 동업자였던 벤자민 록우드의 손녀인 메이지 록우드와의 관계로 결정지어 집니다. 메지지 록우드는 본질적으로 랩터 블루의 새끼인 베타와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는 쥬라기 시리즈를 통틀어 랩터를 가장 잘 이해하는 랩터 트레이너 오웬 그레디가 그녀의 보호자이므로 정신적으로 연결된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다 보면 클레어가 소외될 수 있는데 그녀는 극 중 자신의 과오에 대한 부분을 몇번 언급하면서 더욱 큰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오웬과 클레어 메이지의 강한 유대감은 극을 이끌어 가는 주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로맨스… 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약화되기도 했습니다. 14세의 소녀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까…
상식적으로 로맨스는 한살이라도 젊은 커플이 이끌어 나가는게 맞을거 같은데 앨런과 엘리가 중심이 되는 부분이 좀 더 올드팬들을 위한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30년째 썸을 타고 있으니까 고구마는 이제 그만;;;)
공룡 씬 연출
확실히 다양한 공룡 씬이 연출되었습니다. 뭐 보다보면 어- 전작에서 본 듯한데… 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공룡이 다 그 공룡이니까요. 하지만 공룡에 대한 연출은 쥬라기 시리즈가 최고임을 감안하면 부족함은 없었습니다. 필자처럼 시리즈를 모두 섭렵했다면 조금 뻔할 수도 있겠습니다. 1편 부터 공룡 연출에 관해서는 최고 였기 때문에 이미 많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겠지요. (또 봐도 재미있음)
쥬라기 시리즈의 특징은 마지막에 큰 공룡들의 고질라 급 배틀이 펼쳐지는 공식은 이번도 비슷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공룡이 어떻게 피니쉬 기술을 작렬할까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쥬라기 시리즈 전반에 걸쳐서 인간과 공룡이 대립해서 싸우는 내용은 아닙니다. 공룡들에겐 육식동물로써 절대적인 강함이 있지만 결국 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입니다. 즉 아무리 공룡이 강해도 그건 인간의 의지가 결정한다. 시리즈를 통틀어서 쥬라기 세계관은 인간이 부활시킨 공룡과 공존하는 세상을 추구해왔고 마지막편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현실의 인간 정책을 생각해보면 좀 말이 안되는 아이디어지요. 더불어 살아가기엔 동물과 다른 생명체에 대한 인간의 관점은 매우 좋지 않지요. 영화에서 그런 부분들도 묘사하고 있습니다. 살인을 위해 공룡을 트레이닝 시킨다던가 공룡 구이(?)를 판매한다거나 – 극중에는 빠르게 지나가는 부분이지만 그 장면들을 보면 납득이 갑니다.
그런 세밀한 내용까지 담아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메뚜기 떼
백악기 DNA로 개량한 메뚜기 떼가 나오는데 여기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메뚜기 떼가? 갑자기 왜? 쥬라기 월드 아닌가?
메뚜기는 실제로 현재도 인류에 위협이 되는 존재이고 가장 오래된 기록인 성서에서 나오는 재앙입니다. 모세 시대에 이집트에 내린 열가지 재앙중 하나가 메뚜기 떼의 싹쓸이였지요. 미래 인류 종말에 관한 해석인 휴거에도 나오는게 메뚜기 떼로 인해 식량이 싹쓸이 되서 인류 대부분이 굶어죽는다는 내용입니다.
이거는 한국에서는 좀 극단적 종말론에서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기독교가 바탕인 서양에서는 흔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교회를 좀 다니거나 종교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인데요. 쥬라기 마지막편에 메뚜기를 내세운 건 강한 임팩트를 줄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 쥬라기 시리즈 세계관에서 공룡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이 통제하거나 또 현대의 무기로도 공룡들은 한주먹 거리가 안됩니다. 번식력이 좋아도 핵탄두 한방 맞으면 전멸입니다.
그래서 더 강한 인류를 아마 멸종에 이르를 수 있는 임팩트가 뭘까 – 백악기 메뚜기떼를 꺼내와서 덩치를 키우고, 종말론적 연결을 꽤한 것 같은데 역시 종교를 가져오면 호불호가 갈린다는 공식에 따라 좀 맥이 빠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2022년이라 딱히 메뚜기 떼가 아니라도 인류를 멸종으로 몰고갈 수 있는 사건은 많습니다. 지구 온난화라던가, 그에 따라 강력해지는 태풍, 허리케인 등 사람들이 이미 많이 알기 때문에 어떤 종의 번식으로 인류가 위태로와진다는 설정은 좀 식상합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올드팬들에게 바치는 세레모니 같은 것이라서 그런 세세한 설정을 너무 과도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암튼 그렇습니다.
총평
쥬라기 시리즈의 팬이라면(신구에 상관없이) 추천합니다. 30년간 이야기를 한세대로 정리해주는 작품입니다. 그 동안은 띄엄띄엄 아 – 다음이 뭘까? 라고 궁굼해 했던 것들도 여기서 다 풀립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상영 내내 그랜트 박사와 새틀러 박사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30년이나 탄 썸을 빠르게 정리해줍니다. 그 두 사람은 90년대를 보더라도 그렇게 매력적인 로맨스 커플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의도적인 캐스팅으로 이해합니다. (스필버그의 파워라면 원작도 바꿀 수 있었다) 주연 캐릭터 보다 공룡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그들의 관계는 애매했고 밍숭맹숭 했습니다. 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이 말하듯이 it ages well. (그것은 잘 숙성되었어) 라는 말처럼 두 사람의 관계는 불타는 사랑보다 아름답게 승화되었습니다. 오로지 팬서비스를 위해서? 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전작의 모든 주연들을 한자리에 다 모아놓았습니다. NBA 올스타전 느낌인데요. 그런데도 크게 스토리를 거슬르지 않고 이어지도록 한 점 등 여러가지가 괜찮았습니다.
쥬라기 시리즈 후반에 그랬듯이 새로운 기대감을 같고 열심히 봤다면 좀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관객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월 개봉한 범죄도시 2에 비하면 이미 상당히 밀린 상태입니다. 93년 1편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지요. 한국 영화 수준이 높아진 것도 한몫하지만 이제 그렇게 신선하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쥬라기 월드 여전히 훌륭한 영화입니다.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최고의 고증과 재미를 주기위해 노력해왔고 결정적으로 재미있습니다. 시리즈를 한번도 안보면 쌩뚱맞은 영화기 때문에 넷플릭스 등 통해서 전작들을 좀 본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쥬라기 공원의 오케스트라를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쥬라기에서 이 음악이 나올 때 마다 감동이 밀려옵니다. 처음으로 살아있는 공룡을 본 것 같은(보지는 않았지만 영화의 상상력으로)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유튜브 링크입니다.
Main Theme by John Williams 쥬라기 공원 ジュラシック・パー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