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발사 지금 다시 보면
효자동 이발사는 1960년대~80년대의 시대상을 대통령의 이발사라는 소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과거 세대를 연민하는 작품입니다. 라고 해도 현재 2022년이니까 이 작품이 나온지도 벌써 18년이나 지났습니다.
18년 전에 바라본 과거 세대에 대한 연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이 나왔고 또 앞으로도 나올 것 같지만 다들 관점이 좀 다릅니다. 또 영화가 나올 때 마다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되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더 지날수록 점점 객관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나온 시점이 2004년임을 감안하면 지금하고는 전혀 다른 사회처럼 느껴졌으니까 그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와서 보면 영화의 진행과 결말은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진행되서 적당한 희화화, 적당한 비판, 적당한 씁쓸함을 남겨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하지만 대부분 창작된 내용으로 실제와는 다르다고 합니다. 특히 실제 박정희 대통령의 이발사였던 박수웅 이발사 님의 월간 조선과의 인터뷰를 보면 영화에 나온 건 다 엉터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블랙코미디 장르)
소재의 한계
간략히 스토리를 요약하면 효자동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성한모가 박 전 대통령(영화에서 한번도 실명을 지칭하진 않음, 그냥 각하라고함)이 정권을 잡은 후에 대통령의 이발사로 발탁되는 초반부와, 아들인 낙안이가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불구가 되고 청와대 내부의 권력 암투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 까지의 후반부로 구성됩니다. 즉 효자동 이발사인 성한모가 주인공이지만 서사는 박 전 대통령의 직위 기간이 시작과 끝입니다.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에 192만 관객을 동원하여 당시에도 손익분기를 넘지 못했습니다. 지금보면 박정희 시대 역사는 이념 투쟁 이런 부분보다 경제 정의와 실용을 추구하는 현대의 한국에서 점차 매니악한 영역이 되가고 있어서 소재 자체가 호불호가 있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그 시절을 아주 그리워하며 그 시절을 매우 지지하는 그룹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역사에 안좋은 교훈으로 삼거나 아니면 너무 오래전이라 무관심한 그룹이 있어서 소재 자체가 대박을 추구하는 영화에는 맞지 않습니다. 많은 관객을 동원해서 또 공감을 얻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왜 다시 찾아 봤나
뻔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필자가 다시 이 영화를 다시 찾아 본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번째는 최근에 70년만에 개방했다는 청와대를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70년간 대한민국 살아있는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가보니 우리가 상상하던 이미지와 비슷하기도 또 다른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영화에는 본관이나 집무실 건물내부에서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며칠전 청와대에 가보니 관저(대통령이 사는 집)에 미용을 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머리만 자르는게 아니라 메이크업 등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방이 있었습니다. 바깥에서 창문개방을 통해 봤기 때문에 다른 방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소박한 느낌이었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더라도 두 사람 정도가 앉아서 머리를 자르거나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효자로를 걸었는데 문득 효자동 이발사에서는 어떻게 묘사를 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송강호의 칸 남우주연상 수상이 이유인데요. 송강호는 지금까지 한번도 드라마 촬영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오로지 영화에만 매진해 왔고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참신함이라고 밝혔습니다.
효자동 이발소에서의 성한모는 60~80년대를 살아온 소시민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대통령과 권력자(경호실장)에게 고개를 팍 숙이고 자기할 일에 충실합니다. 아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있어도 자신은 권력자들의 이발일에 충실합니다.
다만 아들이 불구가 되어 돌아왔을 때는 부당한 권력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 그리고 나서도 그 권력에 저항하기 보다는 아들의 다리를 고치기 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는 모습, 지금은 영화에 절대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서두에 말했듯이 이 영화는 2004년에 1960년대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사람들이 생각이 뒤떨어졌다는게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변한 것 입니다. 우리들의 시각도 달라진 것이지요.
정치를 떠나서 이런 복잡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송강호를 보는 것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성한모 가족이 청와대에 점심 초청을 갔을 때 아들 낙안이가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누가 봐도 박지만 EG회장의 어린 시절 모습)을 밀쳐서 쓰러졌을 때 대통령 앞에서는 아들을 막 때리면서 사과하고 또 경호실장에게 쪼인트를 까인 후 청와대를 뒤로하고 나와서 아들을 업어줬을 때, 그 장면이 너무 좋았습니다.
성한모 캐릭터의 심경의 변화가 빠르게 전환되는데 복잡한 상황과 심경을 이 이상 잘 표현하는 배우 송강호 말고 또 얼마나 될까 –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던 많은 어른들이 겪었던 과정을 대통령과 이발사라는 관계속에 잘 담아냈습니다. 꼭 대통령이 아니라 당시 막강했던 대기업 회장과 회사 말단 직원의 관계일 수도 있고, 권력의 갑을관계 속에서 아버지라는 가장이 해야 했던 또 견뎌야 했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배우자와 자녀들도 견뎌야 했던 모습이지요.
감상평
청와대 개봉과 맞물려 이런 청와대의 소소한 일상을 중심으로 한 영화들이 더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안에 이발사 말고 다양하게 있었다고 하지요. 그동안은 국가 보안 측면도 있었지만 이제 청와대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제 정부가 공개한 지도에도 청와대가 문화유산이라고 나옴) 그 안에 있던 다양한 사람들 요리사, 환경미화원, 시설물 관리자 등이 소재가 된 극화들이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영화의 시각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박수웅 님이 말했듯이 어차피 픽션(엉터리라고 함)입니다. 블랙코미디 장르는 실화를 진지하게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몇몇 과장이 심한 부분도 있고… 물론 역사의 피해자 분들이나 또 역사 공부를 깊게 한 사람들이 보면 좀 불편하고 거슬리는 내용이 없진 않습니다. 필자도 적당히 그러려니 하고 넘긴 부분도 많은데 그런 것을 하나하나 실제와 비교해서 따질 정도로 유의하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선을 넘었냐 말았냐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그냥 2004년 그 시대에 나올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봅니다.
한가지 추천은 청와대를 관람하고 효자로를 걸은 다음에 이 영화를 보면 좀 더 재미있습니다.
@ 이글은 2022년 5월 일반시민에게 공개한 청와대 관람 후에 포스팅한 글입니다. 다음에 청와대 관람 후기도 올려야 겠네요(사진은 열심히 찍어놓고 포스팅을 미뤄버렸더니 1년이 지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