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리뷰 (1989, 제시카 탠디, 모건 프리먼, 댄 애크로이드) – 1990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리뷰 (1989, 제시카 탠디, 모건 프리먼, 댄 애크로이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1989년 작으로 1990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입니다.

미국의 인종차별이 극에 달하던 1950년대 부유한 유대인 부인과 흑인 기사가 노년에 만나서 함께 수십년 간의 세월을 보내며 우정을 쌓는 스토리로 현재도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사회에서 큰 영감을 주는 영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9년의 휴먼 드라마 장르임에도 엄청난 히트를 쳐서 제작비 750만 달러(약 100억원)로 전세계에서 1억4500만(약 1800억원) 달러의 흥행을 했으며 81세의 제시카 탠디는 아카데미 최고령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기록은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았는데 1909년 생인 그녀는 여우주연상 수상 4년뒤인 1994년 작고합니다.

영화의 이해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미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이슈에 대해서 이해가 필요한데 영화에서 묘사된 것 처럼 50~70년대에 흑인은 백인과 화장실을 함께 쓰지 못했다고 나옵니다. 영화 곳곳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이 수시로 나옵니다. 우리로써는 좀 상상이 안되는 이야기인데 그쪽 배경과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좀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미국은 여전히 인종차별이 만연한 나라이고 최근의 사례를 보면 2020년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의해서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는 이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만 있는 건 아닌데 어쨋든 제일 심하고 노골적으로 있던 차별은 백인의 흑인에 대한 차별이었으므로 영화는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부각합니다.

후반부에 데이지 여사가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만찬에 참석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흑인 운전기사인 호크(모건 프리먼)는 자신을 미리 초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데이지 여사가 “세상이 바뀌는 것을 지지한다” 고 말한 것에 대해 “별로 변한 것도 없구만” 이라고 대답합니다. 편견없는 백인이라는 구호 자체도 선민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풍자입니다. 쉽게 말해 인권존중이라고 외치는 백인 조차도 무의식 적으로 뼛속깊은 편견과 차별을 갖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종차별의 역사가 너무 길어서 무엇이 잘못인지 인식조차 못하는 지경에 있는 것이지요.

제시카 탠디, 모건 프리먼

영화의 배경은 50~70년대로 호크가 운전기사가 된 후 차츰 데이지 여사의 심경의 변화, 흑인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하지만 그렇다고 무한한 낙관주의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이미 고령인 그녀의 생각이 바뀌기란 쉽지 않은 법입니다. 사상이 바뀌는 그런 드라마보다는 흑인 운전수인 호크와의 우정에서 변화합니다.

나중에 치매가 온 그녀를 끝까지 도와주는 호크에게 “호크 너는 나의 진정한 친구야 – best friend” 라고 말하는 장면을 본 많은 미국인들이 감동했을 것 같습니다. 특히 1990년이라면 굉장히 뜨거운 주제였겠지요. (그래서 인지 미국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음)

마지막에 호크가 데이지 여사의 아들인 블리와 함께 그녀가 있는 요양시설을 방문해서 손을 덜덜거리는 고령의 그녀에게 케이크를 먹여주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호크의 모습을 좀 비딱하게 본다면 순종적인 흑인 종의 모습에 너무 고정된 캐릭터다 – 고 볼 수도 있구요. 그렇다고 해서 당시 역사적 상황이 부유한 흑인 사장과 가난한 유대인 운전기사를 등장시킨다면, 그것이 더 이질적이고 비현실적일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그 시대의 상황, 1989년이라는 시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영화에 담긴 주제나 사상이 현재와는 동떨어 지기 쉬운 건 배경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선한 인물은 호크이죠. 데이지 여사는 19세기에 태어난 유대계 이민자이고 그 아들인 블리는 좀 더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호크를 채용하고 대우해 준 것은 블리이지만 마틴 루터 킹의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신념이라기 보다는 단지 비즈니스에 불이익을 받는게 두려워서 라고 말합니다.

데이지 여사는 딱히 편견을 가진 인물이라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평생을 살아온 노인입니다. 패밀리 비즈니스로 성공했기 때문에 그 신념이 더욱 철저하지요. 그런 노인들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도 1950년부터 지금까지 엄청나게 번영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과거 성공에 집착, 혹은 애착하는데 그건 성공 그 자체도 있지만 성공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해도 그들은 잘 변하기 어렵습니다.

데이지 여사가 초반에 호크를 인정하지 않을 때 호크가 말하지 않고 33센트 짜리 연어 통조림을 먹은 것에 대해 아들 블리에게 불만을 토로하자 아들은 10달러를 주며 통조림을 많이 사라고 말합니다. 즉 블리는 자기 어머니를 모시는 흑인 기사가 통조림 하나 먹은게 그리 중요한 일이냐는 현실적인 방식이고, 데이지 여사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물건을 훔친 것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출근한 호크는 어제 그녀가 먹으라고 한 돼지고기가 너무 단단해서 먹을 수 없어서 연어 통조림을 대신 먹었다며 슈퍼에서 하나 사와서 채워넣겠다고 말합니다. 그런 호크의 모습을 본 데이지 여사는 더 이상 통조림을 문제삼지 않습니다.

데이지 여사는 자기가 사는 조지아 주에서도 손꼽히는 부자입니다. 그의 아들은 지역의 기업인으로 뽑힐 정도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기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통조림 하나를 뜯어먹었다고 문제를 삼는 자체가 상식적이지는 않지요. (밥은 당연히 줘야하니까)

예를 들어 한국의 재벌가에서 일하는 운전기사가 목이 말라 그 집 냉장고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먹었다고 해서 그게 훔친 것이냐? 먹지 말라고 했다면 좀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요. 요즘 그런 내용이 기사로 나오면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신네 회사에서는 직원을 O처럼 부리면서 천원짜리 음료수 하나 빼먹었다고 문제를 삼냐?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몰아가면 기업의 불매운동도 가능하지요.

댄 애크로이드(아들 역)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부유한 백인과 가난한 흑인 사이의 애매한 경계선에 대한 내용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출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총체적으로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러닝타임도 99분으로 짧고 살면서 인종차별이나 흑인인권 또 미국 백인들의 타인종에 대한 시각 등을 경험해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그런 차별이 있었다고 해도 사람들은 우정을 쌓으면서 바뀌어 간다. 바뀔 수 밖에 없다 – 는 결론을 내리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인종적인 내용은 그냥 제외하고 유대인 마님과 흑인 운전기사의 우정 – 이 자체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두 사람다 노년에 만나서 남은 여생 동안 우정을 쌓아갑니다. 불타고 열정적인 청춘의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 시절은 등장인물들이 부유한 비즈니스를 일구기 전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그래서 데이지 여사의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난지 오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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