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삼국지 | 요시카와 에이지

[서평] 삼국지 | 요시카와 에이지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를 평역한 역사 소설입니다. 삼국지연의가 정사를 바탕으로한 소설이니까 작가의 해석(양념)을 곁들인 평역도 소설이지요. 이 소설을 집필한 시기가 1939년~ 1943년 도쿄 마이니치 신문에 연재되고 48년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고 하니 한국으로써는 일제 식민지 후반에서 광복하는 시점 정도가 됩니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일본의 국민문학작가의 대열에 오른 인물로 그의 삼국지는 일본에서 빅 히트를 치고 이후 일본 삼국지연의의 정석이 되었다고 합니다. 현대로 와서는 코에이의 게임 삼국지 연의 시리즈나  일본의 삼국지 만화 원작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우영 선생님의 작품에서도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의 내용을 참고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시카와 에이지 吉川英治 – Wikipedia

요시카와 에이지
요시카와 에이지

학창시절 읽은 삼국지는 너무 오래 전이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문열의 삼국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관중의 삼국지는 전권을 읽은 것 같기도 하고 일부만 읽은 것 같기도 하여 기억이 가물하니 이번에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를 읽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한국, 중국, 일본의 삼국지에 한번씩 손때는 묻힌거라 볼 수 있네요.

물론 가격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10만원이 넘고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는 코너스톤 출판사판이 쿠팡에서 약 4만원이 안됩니다. 박스세트로 나온 소장본은 아니지만 책이야 내용이 중요하지 외관이 우선이랴?는 마음으로 주문했습니다. 한권당 페이지가 400페이지에 달하는데 4천원도 안하니까 충분히 구매욕구가 생기더군요.

박스판은 아니지만 책장에 잘 꽂아놓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삼국지를 세번 읽은 자를 상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으니 언젠가 한번은 더 읽고 싶습니다. 필자는 이문열 삼국지 1번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1번 읽은 셈이니 한번만 더 읽으면 세번째가 됩니다. 다른 버전의 삼국지도 있지만 기왕 주문한 책을 두번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의 상태도 한번밖에 읽지 않아서 깨끗하죠.

구성

원작은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번역판도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원결의부터 적벽대전 그리고 마지막 오장원의 권까지 1권 마다 중심되는 사건이 있습니다. 3일에 1권씩 읽는 다면 한달 정도에 읽을 수 있습니다.

삼국지 구성 요시카와 에이지
원작 구성

내용과 재미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의 후기를 보면 여러가지 문헌을 참고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사를 참고한 것인지 연의를 참고한 것인지 혹은 어떤 본을 참고로 한 것인지는 후기만 봐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습니다.

요시카와 에이지만의 스타일로 소설적인 내용이 꽤 많이 첨가되있다는 것은 1권 부터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도입부에서 확실한 차별화된 재미를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삼국지에서 도원결의는 거의 다시 쓰다시피 한 내용입니다. 유비가 어머니에게 드릴 차를 사다가 황건적 무리에 잡혀서 온갖 고초를 겪는 내용, 목숨을 바쳐 가져온 차에 어머니가 분노하여 냇물에 버린 내용은 요시카와 에이지만의 삼국지 내용입니다. 덕분에 첫 1권을 읽는 동안은 전혀 새로운 내용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평역은 쉬운 문장이 특징입니다. 대중들을 대상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만큼 어려운 한자단어는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삼국지 전반에 걸쳐 나오는 시에 대하여는 중요성을 두고 꼼꼼하게 한자어와 같이 해설을 합니다. 특히 중반부에는 조조가 끓임없이 시를 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삼국지 자체를 하나의 시, 노래로 봤던 작가의 풍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정말로 소설 쓰는 일 자체를 풍류로 생각했는지 웅대한 영웅이 하나 둘 씩 세상을 떠나면서 서서히 건조해지기 시작합니다. 그의 후기에는 마지막 오장원의 권에 이르러서 공명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붓도 생기를 잃었다고 합니다. 도저히 삼국지 연의를 완역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 후술로 대체하겠다고 하여 그 다음 부터는 공명 사후 촉나라 멸망 전의 30년을 요약하고, 사마염이 통일한 진에 대한 짧은 문장을 끝으로 장엄한 서사를 마무리합니다.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으면 제갈공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국지는 흔히 유비, 관우, 장비가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어느정도는 맞습니다. 1권 도원결의부터 황건적의 난까지 유비가 주연이고 그 후로 중반까지 위세를 떨친 조조가 주연입니다. 관우의 복수를 위해 일어선 유비가 다시 부각되지만 슬프게도 한순간의 빛 처럼 사라집니다. 유비 사후에 공명이 등장하고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의 본편이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삼국지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명전이라는 말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명이 출사표를 후주 유선에게 바치고 위나라로 출격하는 모습은 그야 말로 최종 결전의 장 입니다. 이 전까지의 모든 영웅들 유비, 관우, 조조, 손권, 원소 등은 이 마지막 결전을 위해 잠시 스쳐간 인연처럼 느껴질 정도로 공명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발휘해 몇배나 강한 위나라와 당당하게 싸웁니다.

원정에 나갈 때 마다 제갈공명은 충신의 눈물로 황제에게 글을 올립니다. 공명에 맞서는 위나라의 장군은 후에 삼국을 통일해 진나라를 세운 사마염의 조부 사마 중달입니다. 사실 소설상에서는 공명이 몇번이나 사마의를 쓰러뜨릴 기회가 있었는데 항상 공명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사마의는 구사일생하게 됩니다. 완벽한 공명도 이런 일이 여러번 일어나자 인간의 나약함을 탄식하고 하늘의 뜻을 인정하게 되죠.

‘아아 하늘의 뜻이로구나’

‘사람이 계획을 해도 이루는 것은 하늘이로구나’

어찌보면 공명같은 영웅호걸이 운명론에 마음을 두었다는 사실이 그도 결점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후대의 말에 따르면 곁에서 본 공명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모습은 다른 호걸들 처럼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공명심에 빠져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색을 탐하는 방탕한 모습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후반부에 가면 건조해지긴 하죠. 오로지 선제의 뜻을 위한 필사의 전쟁만 하니까요.

아쩌면 제갈공명의 진짜 가치는 평범함 속의 진정한 비범함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 백성을 돌보고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 이라는 그의 인격에 대하여 오늘날 까지 공경과 사랑이 끓이지 않는 것 이겠죠.

사마의도 압도적인 위나라 군대와 장수를 가지고도 번번히 공명에게 패하면서 마음속으로 공명에게 패배를 인정합니다. 공명이 죽어서도 사마의를 꼼짝 못하게 하는 장면에서는 사마의가 전쟁은 이겼지만 공명에게는 졌다는 패배를 인정하고 세상에 공명같은 이가 다시 없을 것이라 외칩니다.

‘참으로 공명은 다시 없을 기재였구나’

이것이 공명이 죽고 30년 후에 촉나라는 멸망하는데도 불구하고 공명전으로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시카와 에이지도 총 10권의 내용중에 공명이 출진하는 마지막 두권에 온갖 힘을 실어 역을 한 것 같습니다. 그는 공명이 세상을 떠나자 더 이상 완역할 기운이 없으며 그러한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후기에 말합니다.

요약

삼국지는 말이 필요없는 고전입니다. 이문열의 삼국지가 후에 나왔고 요시카와 에이지는 좀 오래되었지만 최근 한글 번역된 코너스톤 같은 경우 가독성도 좋습니다.

이문열의 삼국지를 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삼국지를 처음 볼 사람에게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일단 가격적 메리트가 확실해서 좋고 소장하기에도 괜찮습니다. 더 스토리에서 나온 박스판도 있는데 만원정도 비싸고 내용은 같으니까 그런 것을 진열하는 취미가 없다면 그냥 코너스톤이 좋아 보이네요.

– 2021년도에 리뷰한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입니다. 아직 한번밖에 읽지 않고 잘 모셔두고 있는데 다음에 한번 또 제대로 읽어서 리뷰해야 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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