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매체박물관 관람 후기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기록매체박물관 관람 후기입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모으는 곳이 아니라 국가의 기록, 나아가서는 인류의 지식을 기록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기록매체라는 것은 계속 발전해왔습니다. 사실 이 매체의 발전 그 자체가 정보혁명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모든 역사 속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만약 인터넷이 조선시대에 있었다면? 구한말에 트위터가 있었다면? 이러한 가정을 해보면 매체의 중요성을 다시 보게 됩니다. 기록매체가 있기에 수천년전 존재한 성인들(공자, 예수, 부처 등)의 이야기를 거의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글줄을 좀 읽는 자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지요. 쉽게 말해 글을 후손에 전달할 방법이 없으면 우리의 문명과 정신세계는 지금보다 뒤떨어졌겠지요.
기록이 구어로 전달되기도 했으나 구어는 전달자가 명이 다하면 그 다음 세계에는 점점 전달력이 떨어지게 되지요. 현대인들에게 신화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전달자가 여러번 바뀌면 그것도 믿게 되는 것이니 이 기록의 정확성 또 전달력 같은 것은 세계의 창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지요.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대중들이 기록매체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록매체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건물이 여러개 있는데 대로변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겁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니 가운데 멋진 조형물이 있네요. 매트릭스 같은 정보의 흐름이 연상됩니다.
기록 매체의 진화에 대한 설명입니다.
최초의 기록 매체는 인간의 두뇌였다. 정보와 지식은 두뇌의 해마에 기록되어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왜곡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바위, 죽간, 점토판과 같은 외부 매체에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말로 전해져온
인류의 자식은 문자를 통해 체계적으로 축적되기 시작하였고, 종이의 발명과 인쇄 기술의
개발로 소통의 폭도 더욱 확대되었다. 기록 매체가 과학과 만나 음성과 영상을 담을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전파를 통해 먼 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생겨난 디지털 방식의 기록은 대용량 저장과 고품질의 복제,
실시간 전송을 통해 정보를 배가시켜 인류의 삶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렇지요, 첫번째 기록 매체가 인간의 두뇌입니다. 하지만 이 인간의 두뇌라는게 우리가 많이 사용해봤지만 좀 거시기하지요. 한계가 많습니다. 제대로된 지식이 축척된 것은 문자가 발명되고 고대인들이 바위, 죽간 등 자연물을 외부의 기록 매체로 남기기 시작하면서 입니다. 그러다가 종이가 발명되고, 인쇄 기술, 이렇게 폭발적으로 지식이 늘어나다가 결국에는 그게 오고 말았지요. 컴퓨터와 인터넷이 나와서 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증가했습니다. 이것이 소위 스티브잡스 같은 IT혁명가들이 말하는 정보혁명, 디지털정보혁명 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보혁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있습니다. 300년전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아직 진행중이니까요. 사실은 한창 진행 중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ChatGPT가 나오면서 다들 까무라치게 되었지요. 이렇게 까지 혁명스러울 줄은 몰랐다 – 참으로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프트뱅크 그룹의 창업자 손정의 회장의 정보혁명에 대한 정의를 좋아합니다. 정의라고할까 소프트뱅크의 사명이고 손 회장 개인의 신념 같은 건데 ‘정보혁명을 통해 인류를 더 행복하게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정보혁명은 참으로 고상한 말이지만 그게 우리 생활에 무 의미가 있는데? 라는 질문은 어렵습니다. 정보혁명으로 잘 다니던 직장에서 짤리거나 직업을 잃거나, 혹은 AI에게 인류가 종속되게 된다거나 하는 디스토피아 적인 이미지도 강합니다. 손 회장은 정보혁명으로 무슨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목적은 한결같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인류를 행복하게 하고 싶다. 이런 목적에서 정보혁명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이쿠 최근에 손정의 회장의 30년 비전 300년 비전을 감명깊게 봐서 바로 감정이입 해버렸네요;;; 암튼 기록매체박물관은 그만큼 중요한 이 정보에 대해 둘러보며 생각할 수 있는 곳이다 정도로 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규모가 크거나 볼거리가 많은 건 아니지만 중앙도서관에 들렸을 때 한번쯤 가보면 좋은 곳입니다.
활판 인쇄기가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보니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했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노동환경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이란 건 글의 배치가 중요하니까 그런 작업들을 활판에다가 한다는게 상상이 잘 안가네요.
이제 현대로 넘어오면서 매체들이 강력하게 진화합니다. 소니 워크맨, 엠디 플레이어, 시디 플레이어, 엠피3 등 이것들을 90년대에 다 함께 사용되었던 매체들입니다. 컴퓨터 하드 디스크도 있었고, 카세트 테이프도 듣고 전축으로 레코드도 들었습니다. 지금은 대략 매체들이 통일되고 네트워크로 대부분 데이터 전송을 해결하는데, 생각해보면 90년대가 핵미래 싸이버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지요.
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 시점이었지만 그 때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나 발상을 뛰어넘는 작품은 최근 십년간에서만 봐도 자주 보기 힘듭니다. 90년대는 전세계적으로도 매일매일이 레전드를 갱신하는 시대였지요. (그래서 추억팔이들이 많아진 원인도 된다)
매체의 발달은 KPOP이 지금의 전성기를 얻는데도 한몫을 했습니다. CD, DVD 등의 매체에 음악 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프로모션 영상, 화보집 등을 넣어 판매함으로써 지구촌 단위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요. 여기서는 원조 1세대 아이돌 그룹인 HOT CD, 2000년대의 원더걸스 앨범, 싸이 앨범 등을 전시해놨습니다.
현재는 해외에서도 인터넷으로 더 많은 KPOP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인터넷이 너무 느리거나 연결되지 않은 지역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KPOP이라면 거기에 맞는 매체를 선택해서 들어간거지요. 이들 DVD 들은 현재도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한정판 중고 아이템들은 고가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오, 이건 시대적으로 8-90년대 인데요. VHS 비디오 테이프 매체입니다. 이 매체는 아재들이나 현재 3-40대 정도라면 잘 알겁니다. 영상 쪽에서는 TV 다음으로 많이 본 매체입니다. 지금은 거장이 된 많은 영화감독들이 이 VHS를 보면서 시작했지요. 또 지금도 유튜브에는 과거 VHS 영상을 디지털로 변환해서 올리는 사람들도 있지요. (해외에 많은 듯)
모래시계, 쉬리 등 8-90년대 고전 명작 영화들입니다. 테이프 한개에는 보통 1시간 반~2시간 정도가 들어갔습니다. VHS는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영사기 같은 원리입니다. 이 비디오테이프라고 하는 VHS의 단점은 복제를 많이 할수록 화질이 나빠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화질과 음질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녹화한 VHS 영상들을 보면 공포영화 같은 영상들이 많습니다;;; (영상 품질의 흐릿함으로 인해 괴담도 많았다)
옛날의 저장매체들을 보다 보면 이제 컴퓨터 쪽 전시품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인 SE-8001입니다. 삼보컴퓨터는 지금은 잊혀졌는데 90년대하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TV광고도 많이하고 유명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제품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모니터로 개조한 시스템이네요. CPU 속도는 1메가입니다. (현재의 CPU 클럭은 기가 단위니까 단순 비교로 수천배 차이가 난다)
40년이 더 지난 컴퓨터지만 키보드에 숫자패드도 분리되어 있고 그럴듯한 모습이네요. 이쪽 전시관에는 90년대의 펜티엄 컴퓨터 부터 애플의 POWER PC까지 다양한 개인용 컴퓨터의 변천을 볼 수 있습니다. 386 컴퓨터는 기억이 나네요. 이젠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니 세월의 무상함과 동시에 정보 혁명의 속도도 실감합니다.
다음은 디지털 저장 장치에 대한 전시입니다.
기계를 조작하여 매체의 작동 매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DVD나 HDD는 현역 매체이죠.
그 밖에 기록매체박물관에는 다양한 매체들을 전시하고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모두에게 공감이 가겠지만 컴퓨터 덕후 라면 더 흥미롭게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기록도 글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건 역시 세종대왕이 만드신 한글입니다. 또 한문도 있습니다. 한문은 자연발생적 문자라서 그냥 중국의 역사를 거쳐서 만들어진 거라지요. 역시 많은 기록이 한자어로 되어 있고 우리말도 한자어 시스템이 밑에 기반으로 깔려있어서 한자어 문화권과 잘 통합니다.
후기 / 감상평
박물관이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가치가 있다고 느낍니다. 책이나 매체 기록, 컴퓨터 등은 필자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기 때문에 많은 공감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 올린 사진들은 아주 일부에 해당하므로 관심 있는 사람은 직접 방문하여 관람할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