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란?
서화는 서예와 회화를 합쳐 놓은 말로 영어로 번역하면 Calligraphy and Painting 입니다. 캘리그래피하면 글자를 그냥 쓰는게 아니라 멋드러지게 예술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현대인의 취미 중에 하나입니다. 또 캘리그래피 폰트라는 것도 따로 있지요.
어렸을 적에는 한글의 폰트가 다양하고 예쁜 것이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서 한글이 가진 독특함과 유일성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영어 알파벳은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쉽지만 그것을 캘리그래피로 만들어도 한글의 서화가 표현하는 예술성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약간 국뽕일 수 있으나 사실은 사실이다;;;)
물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조선시대에는 아직 한자를 사용한 서화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문물이 중국을 통해 전래가 되었으니까요. 허나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한 후에 한글 서화 쪽도 지속적으로 발전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됩니다.
한자어의 사용과 교육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도 있겠으나 우리나라도 현재는 한글표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종이 신문에서 한자어 사용이 일반적이었던 시절이 얼마전 같은데 지금은 한글 우선 정책을 하고 있지요. (그래도 글줄을 읽으려면 한자어 공부가 필요하긴 하다)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글씨와 그림을 같은 뿌리에서 자란 것으로 보았습니다. 한글 문자의 아름다움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란 말이지요. 아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정의한 서화의 뜻입니다.
서화(書畫)
서화(서예와 회화)는 인간과 사회, 자연에 대한 선조들의 생각과 마음을 획과 면 · 색채·문자 등으로 표현한 고도의 예술입니다. 옛사람들은 글씨와 그림을 ‘같은 뿌리에서 자란 것’으로 보아 함께 쓰고 그리며 감상하였습니다. 서화는 지필묵, 즉 종이 바탕, 붓,먹 등의 재료를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이 같고, 필묵의 운용과 기법에서도 일치하는 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서화는 일찍이 문인의 예술로 애호되어 시·서예·회화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만들어졌습니다.역대로 신분이 고귀한 왕실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상류층 가문에서 서화가가 배출되는 한편, 서화를 주관했던 관청에서도 유능한 직업 서화가들이 양성되었습니다. 서화관에서는 각 시기의 특징을 잘 대변하는 서예와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돌과 금속에 새긴 금석문이나 이를 본뜬 탑본 등을 감상하면서 문자 미의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19세기 서화, 둥근 달을 바라보는 토끼입니다. (작가 미상) 토끼는 예로부터 달에서 떡방아를 찧으며 불사약을 만드는 영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동화책의 일러스트와도 비슷합니다. 이런 동양화 풍의 그림은 서양화와 뚜렷하게 대비가 되지요. 채색은 달 정도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수묵화입니다. 수묵화지만 우리는 그림 상황이 벌써 머리에 쫘악 펼쳐지지요. 수묵화는 빈 공간을 그림을 보는 사람이 자동적으로 상상한다는 면에서 두뇌발달에도 좋습니다.
아래는 18세기 조선의 화가 현재 심사정의 그림 매에게 붙잡힌 토끼입니다. 무자년(1768) 중국 명대의 화가 임량의 그림을 모방해 그린 작품으로 매가 먹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부릎뜬 눈과 살기위해 발버둥 치지만 소용없어 보이는 토끼가 특징적입니다. 자세히 보면 만화같기도 합니다. 역시 일부 색감을 제외하고 수묵화입니다.
아래는 의(義)라는 한자를 삼국지연의에 관련하여 그린 서화입니다. ‘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으니 향기가 그윽하네 푸른 연못에서 물수리가 화답해 우네’ 촉나라를 세운 유비가 두 아우 관우, 장비와 함께 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은 내용을 잘 나타냈습니다.
18세기 지우재 정수영이 그린 ‘한강과 임진강을 유람하다’ 두루마기 입니다. 길이가 무려 15미터에 이르고 오늘날 서울시 금천구 시흥과 도봉구 일대의 실경입니다. 다른 수묵화들과는 다르게 사실적이고 생생한 풍경 묘사가 특징으로 18세기의 실학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이가 너무 길다 보니 카메라에 그 절경을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이게 꽤 전에 찍은 사진이라서 지금도 전시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암튼 기회가 되면 관람을 추천합니다.
서화라고 해서 먹물의 검정색만 쓴 것은 아니고 다양한 안료를 사용했습니다. 조선시대 그림을 보면 컬러가 들어가 있는 것도 많습니다. 안료는 흙, 돌 등의 광물과 동식물에서 원료를 채취했습니다. 요즘의 화학적인 물감과 다르게 100% 오가닉 이었겠네요.
이것은 서화의 도구입니다. 기본적으로 서예 도구와 같네요. 글씨를 쓰고 그림도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글자도 쓰고~ 생각의 전환이 쉽습니다.
아래는 구룡산인 김용진 서화가의 제자인 일중 김충현(1921~2006)의 한글로 쓴 소학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글자체인데 맞습니다. 이게 바로 조선 궁궐에서 사용하던 궁서체입니다. 궁서체는 궁궐의 여성들이 한글을 빠르고 유연하게 쓰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확실히 곡선이 많고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글자체지요.
20세기에는 남자 서예가들도 궁서체를 사용했는데 일중 선생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소학은 어린 아이들에게 유교를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입니다.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뭔가 딱딱하지만 구한말만 하더라도 이 병풍을 안방에 세워 놓았다면 뭔가 대단한 양반집 이었겠지요. 사극적인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서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에 대해서 보면 이것은 한국 뿐 아니라 동양의 특징적인 전통 문화입니다. 서화의 큰 장점은 옛 선인들의 상상력에 나의 상상력을 보태 조화를 이룬다는 점입니다. 서화의 감상은 자유롭습니다. 유교적 사상이라는 틀안에 갖혀있는 것 같지만 우주의 원리를 깨닫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서화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