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야기의 탄생 – 윌 스토
이야기의 탄생은 기자이자 소설가인 윌 스토의 뇌과학을 이용한 스토리 작법서이다.
대부분의 스토리 작법서들이 그런 특징을 갖고 있는데 학교의 교재로 쓰일 법한 자습서나 교재는 아니다.
스토리를 작성한다는게 얼마나 방대한 일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글자와 종이가 발달하기 이전의 고대 사회로 부터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던 것이다. 30만년 사피엔스의 시간동안 무수히 많은 말들이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데 어떤 이야기들은 생명력을 가지고 오래도록 살아남은 반면 사라져간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멀리 볼 필요 없이 현대인의 하루를 생각해보자. 하루에 사용하는 단어는 보통 1만5천개 정도라고 한다. 구두로 하는 것과 생각, 또는 SNS나 텍스트 이메일 등을 다 합치면 그 정도는 될 것 같다. 필자는 컨디션이 좋을 때 글을 쓰면 5시간 정도에 1만5천자 정도 쓰니까 그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것 같다. 물론 단어도 어려운 단어가 있는 반면 쉬운 단어가 있다. 어려운 단어를 쉬운 단어로 풀어쓰면 담고있는 내용(의미)이 두배 이상 될 수도 있다.
어쨋든 한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가 저정도 일텐데 그 대부분은 미래에 전달되지 않는다. 의미있는 이야기, 문학작품 같이 잘 정제된 문화의 형태로 압축될 때 이야기는 생명력을 얻는다.
여기서 윌스토가 접근한 방식은 남다르다. 윌스토는 결국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은 사람의 뇌에서 그 다음 사람의 뇌로 전달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다. 왜 인간의 뇌는 특정한 형식의 이야기를 선택하여 다른 사람에게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까?
이 책의 책장을 펼치는 독자는 윌스토와 함께 그 장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설 수 있다.
필자는 이 책을 교보문고에서 발견했다. 이 책의 서문을 열어보고 본능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명쾌한 첫문단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 결국 모두 죽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도 죽는다.’
-> 우주는 엔트로피가 최대에 도달하여 종말이 올 것이고
우주의 모든 변화는 멈추고 영원히 잠들어 버릴 것이며
-> 화려하고 오만했던 인간과 그들은 영원한 허무로 사라질 것이다.
-> 어떤 존재도 다시는 인간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캬야~ 필자의 개인취향에서 이 문단은 만점짜리 이상이다. 마치 성경 구약서의 창세기의 첫 문장과 신약서 요한계시록을 붙여놓은 듯한 문장이다.
- 각각 인간은 탄생과 삶과 클라이막스를 경험하고 종말을 맞는다. 모든 인간은 한편의 서사시다. 그리고 인간의 사회 집합체인 인류도 언젠가 우리 개개인 처럼 끝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아직 경험하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 엔트로피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의 관심이 멀어진 중학 물리정도에서 배운 내용이지만 물리학자들이 하는 많은 연구에는 엔트로피가 중요한 주제라고 한다. 엔트로피에 관해 사회학적 해석을 시도한 제레미 리프킨은 만물은 유용에서 무용 한가지 방향으로 흐른다고 이야기하는데 윌스토가 말한 전 우주의 엔트로피가 최대에 달하면 종말이 온다는 말은 아무리 거대한 우주라도 언젠가 유용에서 무용으로 바뀌고 모든 것의 변화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현재 인류가 겪고있는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엔트로피의 시각에서 보면 점점 더 지구는 사람이 살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환경을 개선하자는 말을 못하고 환경을 보호한다고 말한다. 자연을 무용에서 유용의 방향으로 만드는 일은 현재 인류의 능력을 벗어난 능력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다.
- 이 첫 장은 지금까지 한 열번은 읽은 것 같다.
- 인간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
모든 인간의 DNA는 진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간은 이것을 절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약 이 영원한 죽음을 받아들이는게 견딜 수 없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사회가 어지러운 곳에서도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극히 일부분이다. 다들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살아간다.
왜 그럴 수 있을까? 바로 이야기에 해답이 있다. 윌 스토는 이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우리 자체가 이야기고 뇌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특정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부터 어떤 이야기가 인간의 뇌에 작용하는지를 풀어나가는 책이다.
뇌과학과 스토리텔링 기법을 연결짓는 한국에서도 다소 생소한 내용이라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읽을 생각이 있다면 정독을 추천한다.
다시 보려고 접어놓은 페이지가 100페이지에 달할 정도였다. 책은 보통 글씨크기의 300페이지 정도로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내용의 밀도가 상당히 높다. 참고문헌 리스트만 20페이지를 분량(수백개 저술)에 달해서 읽고 나면 스마트해진 기분이 든다.
영화 스토리텔링의 주요 예시로 ‘시민케인’과 ‘아라비아의 로렌스’, ‘대부’를 들면서 뇌과학 모형으로 해설한 부분은 특히 좋았다. 이 고전 영화들의 의미를 리뷰하는 계기도 되었다. 고전영화는 저작권이 풀려서인지 유튜브에서 무료로 시청이 가능하니 책과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된다.
(정확히는 알수없지만 유튜브 고전영화는 광고 수익이 나더라도 원작자에게 배분하고 있을 거라 본다.
시민케인의 경우 80년전의 영화인데 책 기준으로 70년인걸로 알고 있지만 후손들이 저작권을 연장했을 수도 있다)
[서평과 감상]
- 소설 등 극의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젊은 작가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사피엔스에서 말하는 인류의 뒷담화 능력과의 연관성에서 또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인문학에 관한 책이지만 과학적인 전제를 두는 내용이라 요즘 트렌드인 과학 + 인문의 조합이 괜찮다.
- 심리학을 배우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개인취향에 맞는 책이라 서평을 너무 좋게만 쓰는게 아닌가 싶은데 아무래도 영국 작가이다 보니까 서양의 문학과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해설한다. 일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긴 하지만 그것도 일본인이 쓴 영국인의 소설이고… 동양적인 관점의 소설에 대하여 접근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가디언지의 리뷰에 따르면 보통 이런 스토리텔링 작법서의 경우 대단히 지루해서 일반인을 제대로 읽기 어려운 책을 많이 쓰는데 인용된 수많은 어려운 저술들은 참고문헌에 미뤄두고 본문의 분량을 줄여서 대중에게 핵심을 잘 전달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등 어려운 지역을 탐사보도한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쉽게 쓰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도 어렵긴하다…
총체적으로 이쪽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일독하고 두번째 읽을 때는 이 책을 참고삼아 뇌과학의 원리를 적용한 새로운 인물과 플롯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 윈스토 – TED강연 링크:
(2) The Science of Storytelling | Will Storr | TEDxManchester – YouTube
*윌스토 홈페이지 링크:
Will Storr | Award Winning Writer
* 가디언 리뷰 Science of Storytelling by Will Stor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