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드라마 리뷰 (2018, JTBC, 염정아, 이태란 외)

SKY 캐슬 드라마 리뷰

SKY 캐슬 드라마 리뷰

한국의 대학입시 문제

SKY 캐슬(스카이 캐슬)은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세태를 풍자한 JTBC 원작 드라마입니다. 현실을 소재로 삼아 교묘하게 판타지를 가미한 내용이지만 드라마 방영한 2018~2019년도에 입시비리에 관한 사회적 이슈가 크던 시절이라 사회적 공감을 사며 종편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SKY캐슬은 단순한 오락거리 드라마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피해할 수 없는 주제인 입시문제를 다루면서 남녀노소 광범위한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타겟층을 보면 어떤면에서 군대 드라마와도 비슷한데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복무 문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이라도 가족이나 친구, 애인을 군대에 보내야 하며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영향을 받고 살아갑니다.

대학입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면 입시를 치뤄야 하고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도 가족, 친구, 애인 등 주변 사람이 어떤 대학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평생동안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지금도 시골의 작은 면이나 리에는 ‘OO대학 법대 입학’ 같은 현수막을 걸어놓은 곳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대학입시에서 최고의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그 가족과 커뮤니티의 큰 자랑거리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인생을 비교하면 군대는 2년 동안의 삶이지만 대학입시는 그 사람의 평생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대학입시가 한 사람이 인간사회에서 살아가는 평생을 좌우하는 제일 중요한 관문이 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한서진은(염정아 역) 자녀 예서가 4살 때부터 서울 의대에 진입하는 것만을 목표로 살아왔습니다. 예서가 고3이된 19살에 이미 15년간 준비한 것 입니다. 한서진은 예서를 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서 3대째 의사가문을 만들기 위해 시어머니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 서울 의대 100% 진학률의 입학 코디를 섭외하여 3년간 관리를 받습니다. 이런 내용은 현재 시대적으로 국민의 반감이 심합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가 아무리 불평등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지나치게 불공정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집이 가난해서 밥만먹고 공부하는 학생과 수십억짜리 프로그램에서 코디받는 학생의 경쟁을, 우리는 선의의 경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0.00…1%의 극소수 학생을 위한 고교 3년간 수십억짜리 입학 코디 프로그램이 실제 존재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강남 부유층 자제들의 한달 과외값만 수백만원에 이른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드라마 처럼 극단적인 코디가 아니더라도 사회 고위층들은 자신들의 권력, 네트워크, 돈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자녀에게 유리한 대학입시를 치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반발이 심했던 2018년에 드라마가 히트를 칠 수 있었고 마치 예언처럼 2019년에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이제 대학입시의 불공정 이슈는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일부 고위층 자녀들이 특혜를 누릴 수 있도록 허용한 대입 시스템의 문제라는 공감을 얻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2019년 초에 종영했지만 SKY캐슬 드라마는 입시문제가 터져나올 때 마다 다시 소환되고는 합니다. 현재 진행형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스토리 (NO 스포)

스토리는 한서진이 딸 예서를 3대째 의사로 만들기 위해 고입학 코디인 김주영 대표를 섭외하여 벌어지는 사건에 관한 내용입니다. 김주영 대표는 자신이 맡은 수십명의 학생을 100% 서울대 의대에 진학시킨 성과를 낸 강남의 전설적 입학 코디입니다. 하지만 그런 성과 뒤에는 SKY캐슬(주남대 의사들만 입주가능한 타운하우스)의 영재네 처럼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끓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경우도 있습니다. 한서진은 김주영 대표가 예서를 받아준 것에 감사하면서도 자신과 언니 동생 사이로 가까웠던 영재의 엄마(이명주)의 죽음의 진실에 대해 점점 접근하게 되고 김주영 대표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서의 동생인 예빈이를 위해 부모님이 안계신 전교1등의 혜나에게 입주과외를 시키는데 예서는 혜나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예서의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한서진은 김주영 대표에 의해 점점 늪에 빠져가는 불길함을 느낍니다. 결국 그 불길함이 현실이 되자 한서진은 15년간이나 준비해온 예서의 서울 의대 입시를 눈 앞에 두고 중대한 선택을 내리게 됩니다…

*스포를 없애도록 스토리를 최대한 추상적으로 모호하게 써놨습니다. 반전이 꽤 여러번 나오기 때문에 궁금한 부분은 직접 확인을 추천합니다.

스카이캐슬

재미와 캐스팅

입시라는 주제에 재미를 잘 가미한 작품입니다. 대학입시에서 가장 큰 입김이 들어가는 건 예나 지금이나 학생의 어머니들입니다. 캐스팅이 돋보이는데 한서진 역의 염정아 이수임 역(한서진의 라이벌)의 이태란, 김주영 역의 김서형 등 주연뿐 아니라 조연까지 베테랑 연기자로 채워져 있어서 실제 강남 어머니들의 사교집단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그들은 좋은 집에 가정부들을 두고 고상한 취향을 뽐내면서 자녀의 성적을 서로간 경쟁에서 이긴 트로피로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방식은 대다수 아이들에게 심각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지만 그런 스트레스를 비정상적으로 풀게 하면서 까지 내 아이가 입시경쟁에서 승리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발상은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근데 이게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빈이와 친구들이 스트레스가 심해서 편의점에서 도둑질을 했는데 한서진이 편의점 측에 돈을 주고 무마시킵니다. 편의점 점주도 한서진에게 협조해서 특정한 아이들의(아마도 SKY캐슬의 자녀들) 도둑질을 묵인하며 뒤로 돈을 받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CCTV 기록까지 삭제해주는데 이는 점주도 아이들의 인성 교육따윈 관심 없고 부모에게 그 이상의 보상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만약 가난한 집의 아이가 그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쳤다면 바로 경찰서로 보냈을 겁니다. 이 드라마는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게 과연 SKY캐슬 자녀가 아니라면 가능했을까?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우했을까?

결국 시청자는 대입시험이 불공정하다는 문제뿐만 아니라 한 아이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서 명문대 입학까지 가는 과정 전체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이 명문대를 거쳐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되었을 때 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왜 국민정서를 무시한 일탈과 타락을 반복하는가? 특혜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학입시라는 결과물 이전에 과정 자체도 특혜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 라는 설명입니다. 성적 경쟁에서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서의 코디가 한창 진행중일 때 전과목 만점을 받아 전교 1등에 오르는데 라이벌인 혜나가 시험 결과를 보고 절대 용서못한다는 대사를 합니다. 이 대사를 들을 때 전교 3등 우주는 이해를 못하지만 나중에 결말 부분에서 혜나의 말 뜻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런 에피소들 하나하나 실제 교육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극화로 각색한 부분이라 시청자들은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황당한 전개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다 –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카이캐슬 리뷰

극중 배경

극의 배경은 크게 세가지 정도로 나뉘는데, 첫번째 SKY캐슬을 배경으로 어머니들의 모임 이게 전체 극의 중심이라 할 수 있고 두번째는 아버지들이 기반인 주남대학병원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입시경쟁,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공부하며 교류하는 학교 공간입니다. SKY캐슬이 모든 악의 근원(?)이기 때문에 가장 비중이 높고 오히려 학교에서의 모습은 별로 안나옵니다. (그도 그럴것이 사교육이 절대적이니까…)

학생들의 경쟁의 장인 입시 현장을 어머니들이 뒤에서 지휘하는 것 처럼(과거 치마바람이라고도 불렸다) 염정아, 이태란 등 베테랑 배우들이 열연을 펼쳐서 매우 안정적인 전개가 돋보입니다. 아버지들의 주무대인 주남대학병원은 드라마 하얀거탑 처럼 그 안의 정치와 관련한 부분도 잘 엮어 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니는 공간인 학교에서는 예서와 혜나의 갈등이 부각되는데 김혜윤은 200대1의 오디션을 뚫고 선택받았다고 하는데, 진짜 현실 빌런이라 믿을 정도로 밉상인 강예서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혜나역의 김보라도 아역 출신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갈등구조를 극대화하여 시청자들의 깊은 인상에 남았습니다.

각 배경에서 주요 라이벌들의 대립 관계가 명확하고 흥미로운 요소가 SKY캐슬을 중심으로 묶여있어서 점점 더 몰입감을 높여갑니다. 때문에 입시라는 학생들의 이야기만 다루는게 아니라 학부모입장에서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혜택이 있는 SKY캐슬 안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드라마는 그런 과정을 SKY캐슬의 입주와 거주, 퇴소라는 3단계로 표현합니다. 이런 것들을 일체화 시킨 시나리오가 정말 탄탄하다고 느꼈습니다. 아 두라마는 매력적인 주제에 맞는 캐스팅, 배우들의 연기력, 화려한 SKY캐슬 연출 등 칭찬할 만한 요소가 많지만 결정적으로 이 모든 것을 잘 어우르는 시나리오가 좋았습니다. 소설로 읽었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총평

별로 흠잡을때가 없는 작품입니다. 종편 최고 시청률 기록이 단지 입시라는 뜨거운 감자를 베테랑 연기자들이 다룬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삼박자가 잘 맞아야 나오는 기록입니다. 또 당시 시류를 한발 앞서서 읽고 표현한 주제의식까지 있었으니 앞으로 입시에 관한 주제에서 이보다 좋은 작품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겁니다.

비판이 있다면 입시제도의 일부 고증 등에 한정된 것으로 알고있는데 드라마 시작전에 픽션에 대한 고지를 하고 또 드라마가 현실을 완전히 똑같이 반영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마이너스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선거때마다 후보들이 입시위주 교육을 개혁하자고 외치는 가운데 어차피 제도는 계속 바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평가가 또 달라집니다. (옛날이 좋았다느니 뭐니 하며) 중요한 건 부모들의 지식 수준이 자녀들에게 되물림되는 현상, 왜 SKY캐슬 부모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비정상적인 경쟁을 하는가? 일반인들도 그것을 비판하면서도 막상 자기 자녀에겐 SKY캐슬의 코디에게 과외를 받고 싶어하는가? 그런 현상이 단지 어떤 일부의 일탈이라기 보다는 부모의 직업이나 환경 등 태생적인 요소에서 고착되는것 아닌가? OO아닌가? OO맞는가? 에 대한 끓임없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사회비판 드라마입니다.

딱히 사회비판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소재에 극 자체의 요소가 지루하지 않기 때문에 재미로 볼 수 있습니다. 뭐 그래도 단점을 찾아보면 아이들 연기를 맡은 캐릭터들은 예서와 혜나를 제외하고 좀 존재감이 약하다 – 힘이 빠져있다. 그 정도 일까요? 특히 한서진의 라이벌 이수임의 아들인 우주(SF9 찬희)가 좀 더 후반부에 힘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뻔 했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영재 이후 SKY캐슬의 자제 중에서는 가장 많은 시련을 겪은 건데 나중에 보면 그런 느낌이 좀 덜하다 (전문 배우가 아닌 현역 아이돌의 한계일수 있다) 역할적으로 보면 이수임의 아들에 전교 3등, 혜나와 예서의 삼각관계와 여러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는 인물인 만큼 비중있는데 예서 혜나의 주연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밀린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물론 극의 방향성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 처음 보는 분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종 평점은 9/10 으로 드라마를 보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사회를 이해하려면 대입제도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데 그런면에서 한드를 보는 외국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2022년9월의 포스팅을 WP로 이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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