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 리뷰 – 이순신 3부작

한산 용의 출현 리뷰 - 이순신 3부작

한산 용의 출현 리뷰

한산: 용의 출현은 김한민 감독의 충무공 이순신 3부작 중 2탄입니다.

전작인 명량은 대한민국 총 관객수 1760만명으로 국내 상영 영화 역대 1위로 이 기록은 아마 상당기간 깨기 어려울 듯 한데 한산은 중간으로 개봉한지 한달이 지난 지금 670만명 관객으로 봐서는 명량에 좀 많이 못 미칠 것 같긴 합니다.

촬영기간이 2020년 5월~9월로 2022년에 개봉한 것은 코로나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2022년 5월 개봉한 범죄도시가 126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에 비해서는 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는데 영화의 승패도 시류와 운에 좌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5월은 확진자가 줄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시기이고 한산이 개봉한 시점에는 확진자 수가 훨씬 늘었으니까요. 리뷰의 서두에 관객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영화관이 예전처럼 영화간에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다른 변수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리뷰를 시작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산: 용의 출현 영화는 단순히 한국의 블록버스터 이상의 가치를 갖는 작품입니다. 한산은 이순신 장군의 한산 대첩이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역사를 들여다 보면 충무공 이순신이 왜 조선의 수호신인지 대한민국의 성웅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벌써 이 지점에서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가 충분히 생깁니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영화의 치트키인데 그것을 얼마나 잘 영상에서 표현하는가는 감독과 배우들에게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

한산 대첩은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과 필살기격인 거북선의 활약이 눈이 부신 전투입니다. 행주대첩, 진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한산 대첩에서 이순신은 적장 와키자카 야스히루를 맞아 대승을 하면서 육상에서 승승장구한 고니시 유키나가의 보급을 끓어버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 패전 다음에 조선 수군과의 해전을 포기합니다. 임진왜란에서 승기를 잡은 전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학익진을 펼치기 불리한 견내량에서 왜군을 꾀어서 한산 앞바다에서 캐박살을 내버려서 나무위키에서는 견내량 해전이라는 표현이 더 옳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왜군을 수장시킨 건 한산도지만 견내량에 주둔하는 왜군을 작살낸 전투였습니다.

한산도 대첩의 성과는 엄청납니다.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55척의 군함을 이끌었고 적장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73척의 군함으로 일본이 숫적으로 우세했습니다.

이 해전의 결과를 보면 말문이 막히는데… 조선의 피해는 전사자 3명에 부상자 10여명 군함은 한척도 손실이 없었습니다. 이순신은 55척을 그대로 보존한 것이지요. 반면 왜군은 전선 73척 중에 군함 47척 침몰, 12척이 나포되었습니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충무공이야기 전시관에 따르면 일본군 사상자는 9천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사망 8천명 이상) 이는 국뽕이 아니라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게 당시 왜군 함선에는 120~150명이 승선했습니다. 57척 x 150명 하면 대략 9천여명이 나오지요.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남은 14척으로 도주했는데 그를 따라 도주한 병사는 고작 400명이었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어디서 죽거나 실종된 거겠지요.

한산: 용의 출현에서도 나오는데 와키자카의 사촌인 사효에와 장수 와타나베, 마나베 등은 모두 한산 대첩에서 전사합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살아서 도망친건 후방에서 지휘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앞쪽에서 거북선에 피해를 입고 이순신의 본대가 학익진을 펼칠 때 왜군 군함은 대부분 파괴되어 죽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해전은 육전과 다른게 배가 침몰하면 승무원은 몰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육지라면 어디 산으로 도주하거나 말을 타고 달아날 수라도 있지 바다에서는 고기밥입니다. 무려 9천명의 왜군을 섬멸할 때 조선군은 단 3명 전사했다는 것은… 영화보다 심각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영화에서는 조선군이 더 많이 죽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안그러면 싱거우니까)

그 만큼 이순신 장군의 해전은 탁월했고 압도적이었습니다. 실제로 광화문 광장에 이순신 장군을 세워놓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면서 일본이 가장 두려워할 인물의 동상을 세우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을 일본이 두려워할 만 하지요.

이게 실제의 역사 이야기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한산 대첩은 영화보다 훨씬 더 싱겁게 끝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순신이 너무 압도적으로 왜군의 군함을 침몰시키니까 적장 와키자카 야스히루는 59척의 배를 버리고 뒤에서 배를 돌려 도주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왜군도 강하고 그래야 긴장감이 있으니까 좀 쎈 척을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연출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자산어보 등으로 사극 쪽 연기를 많이 한 변요한이 맡았습니다. 일본어 연기도 그 정도면 잘했고 인상깊었습니다. 한산은 특이하게 극의 긴장감은 시종일관 변요한이 이끌어 나갔습니다. 이순신 역의 박해일은 거의 말이 없고 액션도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피드는 빨랐는데 이런 스타일은 김한민 감독 작품 최종병기 활과 비슷한 템포라고 합니다. 이 때도 박해일이 주인공이였지요. 그때가 2011년이었으니까 김한민 감독과 박해일은 11년 만에 다시 호홉을 맞춘게 됩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화평론가이자 유튜버인 라이너는 한산을 명량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평가했는데 실제 영화관에서 관람 후 그 이유를 알 듯 했습니다. 한국 영화의 단점인 질질 쥐어짜는 신파극의 요소를 버리고 관객이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도록 템포를 조절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실제 역사는 더 처절했습니다(왜군에게). 그것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탁월함이 왜군을 압도했기 때문입니다. 영화로 만들 때 너무 쉽게 이겨버리면 영화적 재미가 없기 때문에 적당히 긴장감이 필요합니다. 그런 작업을 하기에 김한민 감독과 박해일은 좋은 조합이었습니다.

한편 이순신역을 맡은 박해일의 비중이 너무 적다는 비판도 있는데 (후반부 가면 안성기가 주인공 같다) 역사적 고증과 밸런스를 맞춰보면 그 정도가 적당하다는 평도 많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실제 역사와 연결해서 봐야 하기 때문에 김한민 감독이 잘 풀어갔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것이 꼭 흥행성과 연결되진 않지만 일단 손익분기점은 달성했습니다. 어차피 한산은 나중에 노량해전이 나오면 그 때 또 OTT에서 볼것이기 때문에 수익적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역사를 알고나서 느낀 건데 이 영화는 왜군들(일본군)에게 너무 과대하게 판타지를 준 것 같더군요. 중세의 해전을 생각하면 이순신 장군은 완전히 왜군을 농락한 건데… 영화에서 그렇게 나오면 노잼이기 때문에 상당히 왜군을 추켜세운 면이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감사해야 할 판이지요.

일본은 헤이안 – 가마쿠라 시대를 지나면서 사무라이 무사들이 장악한 시대였습니다. 이들의 특징이 뭐다? 칼싸움에 강합니다. 즉 육전에서는 초반부터 조선 군대를 압도했습니다. 해전에서도 왜군들이 선호한 방식은 백병전입니다. 배에 건너와서 칼싸움을 하는 거지요. 이순신 장군은 이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북선을 만들었지요. 거북선은 백병전에 강한 사무라이들에게 쥐약이었습니다. 왜군들이 육지에서 아무리 잘 싸우더라도 이순신이 남해에서 보급을 끓어 버리니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조선을 점령한 후 명나라를 치는 것 이었는데 이순신에게 막혀서 명나라는 가보지도 못하고 끝났습니다(이 원한을 메이지 유신 이후 일제가 풀긴 한다)

역사를 알고 나서 느낀 건 영화에서 왜군의 상황을 한참 봐줬다는 것 입니다. 지금도 영화 관람한 분들이 이순신 국뽕이라고 알고 있는 분도 있는데 그건 틀린 거지요. 실제 역사 기록에 한산 대첩의 전사자가 조선 3명이고 왜군 9천여명 사상에 함선 59척 소실입니다. 완전히 작살이 난 겁니다.

결국은 이기는 건데 어떻게 연출할지는 순전히 감독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거북선의 활약도 그렇고 상당히 고증을 중요시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김한민 감독은 거북선의 내부는 기록이 없어서 재현하는데 어려웠다고 합니다. 필자는 거북선을 고증한 몇개 박물관을 가봤는데 김한민 감독의 재현은 일부 판타지를 섞었어도 괜찮았다고 봅니다.

거북선을 본래 돌격선이고 선체의 앞에서도 화포 공격이 가능했으므로 그런 필살기 연출이 있었는데 좋았습니다. (직접 관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소감

필자의 생각에 한산은 이순신 3부작인 노량이 끝났을 때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흥행요소를 많이 뺀게 보입니다. 이순신 3부작은 단순히 상업영화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의미를 줘야합니다. 흥행요소(로맨스, 신파극)도 끼워 넣을 수 있었는데 일부러 그걸 다 뺀겁니다.

이번에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릴 기회가 되서 좋은 것 같습니다. 관객수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크게 신경쓸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부작 노량해전을 완성하게 되면 다시 한번 평가를 받을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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