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후기 /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

영화 서울의 봄 후기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

영화 서울의봄

서울의봄은 1979년 일어난 군사반란(1212군사반란)과 서울의봄을 배역으로 한 영화이다. 필자는 이 영화 개봉 후 첫번째 일요일에 관람했는데 현재 관객을 보니 189만명을 동원했다. 5일간의 성적이 이 정도니까 최종 관객 동원이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영화는 전두환 전 대한민국 대통령과 그 일당인 하나회의 반란 과정을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1212반란에서 중요했던 9시간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비트, 태양은없다, 아수라 등 캐릭터 탐구의 천재라는 김성수 감독이 연출했고 황정민이 전두광 역(전두환 소장), 정우성이 이태신 역(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열연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1212군사반란과 그 다음의 대한민국 역사에 대해서 교과서적인 지식 정도로 알고 있다고 보는데 영화를 보면 생각이 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필자도 나름 1212반란에 대해 역사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이루말할 수 없는 현실 정치의 찝찝함에 입맛을 다시기도 했었다.

영화 서울의 봄 후기 /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서울의봄 포스터

1212군사 반란에 대한 해석

벌써 40년이 더 지난 일이지만 1212군사반란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한 축이다. 1979년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이 이끄는 군의 사조직 하나회를 동원하여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정승화 총장을 강제 연행하고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불법적으로 장악한 사건이다.

정승화 총장에게 밀려서 동해안으로 좌천될 위기에 빠져 있던 전두환 소장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두번이나 연임하고 하나회 2인자인 노태우 대통령까지 군부 정권이 이어질 수 있었는지,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이해가 안되고 허탈하게도 느껴지는데 이 영화를 보면 그것이 매우 쉽게 이해가 된다.

필자는 이것이 이 영화의 첫번째 덕목이라 생각한다. 신군부가 살아있는 권력이었을 때는 1212반란에 대해 제대로 조명이 불가능했고 80-90년대 한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미디어 등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들이 많았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 대통령의 사망 후 이 소재를 드디어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대한민국 최고의 연출가와 배우들이 참여하여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 파급력과 전달력이 더 강력하다.

정치와 역사를 다룬 영화는 한쪽 편향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데 뭐 이 영화도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90% 이상의 사람들은 전두환을 리더로 한 신군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것이다.

(하나회의 덕을 보고 산 그 후손들은 비판적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인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 입장까지도 일부 이해를 해주는 좋은 시대이다. 전두환 손자이면서 광주에 사과를 하러간 전우원 같은 후손도 하나씩 나오고 있으니까)

해석은 각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두환이 신군부를 이끌고 국가 권력을 찬탈한 것은 사실이고 이것은 ‘실패하면 반역이고 성공하면 혁명이다’라는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차클 플러스에 출연한 정우성 배우는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고도 말했다. 즉 해석은 관객 개인이 하라는 뜻이다.

영화 서울의 봄 후기 /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

정치역사물은 감독이 관객에게 결론을 정해주는 경우가 흔하다. 왜냐하면 역사의 재해석은 함부로 했다가는 그 반대점에 있는 사람들에게 쎄게 얻어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12군사반란은 일견 명백한 선과악의 싸움이 될 수 있으나 그 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그래, 전두환이 실권을 잡았기 때문에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어’ 와 같이 신군부 세력을 옹호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 조차도 이 영화를 보면 깊은 생각에 빠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장치들이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미덕이다.

김성수 감독을 보면 단지 한편의 영화에 이 정도로 많은 내용과 의미를 채워넣는 것은 천재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캐스팅 클라쓰

영화의 캐스팅이 정말 엄청난데 처음 광고를 봤을 때 캐스팅 만으로도 무조건 역대급이다,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느꼈다.

주연인 황정민, 정우선은 물론 정승화 총장역의 이성민, 노태건의 박해준, 김성균, 정동환, 김의성, 정해인 등 베테랑 조주연 배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쏠쏠하다. 영화 플레이 타임이 2시간 21분이나 되서 한국영화 치고는 꽤 길다. 시종일관 심각한 긴장감이 이어지는데 중간에 장면이 전환될 때 약간의 휴식타임이 주어지기도 한다. 다소 희화화된 국방장관 역의 김의성 배우 장면이 그렇고 정해인의 총격 액션씬은 넷플릭스 D.P.의 안준호 일병이 떠오르면서 흥미를 더했다.

정우성 배우는 차클플러스에서 배우들이 기가 엄청 쎈데 이것들을 영화에서 잘 녹인 김성수 감독에 대하여 극찬하기도 했다.

관객들 반응

주말 롯데시네마에서 봤기 때문에 관객이 꽉차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 연령이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는데, 이 시절을 겪은 사람들, 중장년 층의 경우 2-30대와 웃는 포인트가 좀 다르다.

예를 들어서 전두광의 부인도 잠깐씩 등장하는데 정말 이순자 여사의 젊은 시절과 상당히 닮았다. 배우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영화적으로는 단역 출연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순자 여사의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의외의 웃음 포인트가 되었다. 나오는 것은 잠깐이지만 8-90년대 TV에 나온 영부인을 봤다면, 뭐랄까 그 헛웃음이 나올 수 있다.

김의성 배우는 국방장관 역이지만 그 보다는 특유의 김의성 스러움이 녹아있는 캐릭터라서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김의성은 영화의 홍보겸 매불쇼에 출연했는데 시나리오를 받고 포인트 있는 역이라 꼭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212군사반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국방장관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좋지 않지만 그것을 캐릭터로 표현해내는 것은 창작의 영역이니까 이것도 예술이다. 김의성 배우의 팬이라면 미스터 선샤인의 이완익이 오버랩 될 수도 있다. (이완익은 조선을 팔고, 당시 국방장관은 신군부에 협조하는 모습으로 비춰짐) 같이 매불쇼에 출연한 전찬일 평론가도 김의성 배우와 김성수 감독의 완급 조절에 대해 극찬했다.

영화 서울의 봄 후기 / 1212 군사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전두광이란 인물과 황정민의 싱크로율은 너무 높아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부분이었다. 대부분 연예 미디어의 반응은 일단 첫 등장 때 포스가 엄청나다는 평가가 있는데 영화를 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황정민이란 배우가 워낙 1000만 영화도 많아서 캐릭터가 많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동안에 캐릭터들이 머리속에서 다 삭제되었다. 황정민은 분장만 하루 3시간 받았다는데 진짜 외모나 연기나 완벽하다. 이것에 대해 태클을 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전두환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이번엔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환이 떠오를 정도이다.

황정민 배우가 워낙 대배우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캐릭터를 쌓은 느낌이다. 그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전두환을 연기한 배우들은 많다. 필자는 전두환 역에는 드라마 5공화국의 이덕화가 가장 감정이입이 잘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가 그 생각을 깨버렸다. 이제 전두환 역의 배우하면 황정민이 떠오른다.

2시간20분이라는 긴 플레이 타임이지만 이 시간이 1시간 정도로 느껴진다는 관람평이 많다. 필자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런 영화는 나중에 또 OTT로도 보게 된다.

총평

이 영화의 총평은 한마디로 족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무조건 추천한다. 보고 느끼고 스스로 해석하면 된다.

역사적 사실이 극화보다 재미있다면 다큐멘터리를 보지 왜 영화를 보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보다 잘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무미건조함이 영화에서는 생동감있게 다가오기 때문에 신군부 장악 이후 사라진 수십년간의 역사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예를 들어 올해 글로벌 흥행한 오펜하이머는 어떤가? 다큐멘터리에서 표현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과 그 온갖 감정들, 생각들을 표출하는 것에 전세계가 얼마나 공감하고 감동하지 않았나 –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에서 서울의 봄이 가지는 당대성은 오펜하이머에 비견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전혀 끝난 것 같지가 않았다. 이 영화에는 2부와 3부도 있을 것 같다. 1부가 1212 군사반란이라면 2부는 다음해인 518민주화운동의 과정과 그 결말이 나올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518 역시 이 서울의 봄의 1212처럼 영화적으로 제대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역사적으로 얽힌 일이 많기 때문이리라.

전두환과 노태우의 마지막

영화에도 묘사되지만 전두환과 노태우는 일생의 친구였던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이 노태우보다 2살 위였고 노태우가 세상을 떠난지 한달만에 전두환도 일생을 마감한다. 두 사람다 고령에 병환이 있었으나 전두환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은 것을 감안하면 자연사하여 천수를 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이 많은 국민들이 현재도 분개하는 지점)

518에 대하여 노태우 전 대통령은 후에 사과를 하고 참회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2021년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해서는 조문을 보내고 추모 메시지를 내놓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518, 1212 과오 적지 않지만 성과도 있었다’는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와 국가장을 치뤄준 점을 봐서는 민주화 진영에서 공식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과오를 용서한 제스처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한달 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에 조문, 추모 메시지가 다 생략되었고 대신 ‘진정성있는 사과 없어 유감’이라는 표현을 했다. 같은 시대 군사반란의 주역이었지만 두 사람에 대한 태도 차이는 명백하다.

  • 전두환 2021년 11월 23일 (향년 90세)
  • 노태우 2021년 10월 26일 (향년 88세)

이 때 두 사람이 연달아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고 이제서야 신군부의 시대가 끝났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시기적으로 영화 제작도 그 후에 결정된 것으로 보이고 전두환 손자인 전우원의 폭로도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이것으로 누구는 충분하다고 할 것이고 누구에겐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신군부 시절에 대한 역사 바로잡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 진정한 역사의 시작점이 아닐까 – 강하게 반문해본다. 서울의 봄 이 영화의 관람은 흐릿한 역사의 기억들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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