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소설 후기 – 이문열 중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소설 후기 이문열 중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한 이문열 작가의 중편소설이다. 필자도 영화만 봤다가 드디어 원작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짧고 영화와 다른 부분들이 좀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줄거리

시골로 전학온 국민학교 5학년 전학생 한병태는 급장인 엄석대의 방식에 불만을 품고 대립하나, 반아이들을 장악하고 선생님의 신임까지 얻은 엄석대에게 결국 굴복하고 그 울타리 안의 보호를 받는 선택을 한다. 절대적인 것 같았던 ‘엄석대 왕국’은 6학년에 올라가고 담임 선생님이 바뀌면서 무너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렇게 엄석대는 학교를 떠나고… 30년이 지난 후에 한병태는 엄석대를 다시 만난다.

멀티 결말

*결말 부분은 영화와 소설이 다르다. 2020년에 나온 책에는 작가가 결말에 대한 해설을 덧붙였다. 이문열 작가는 원래 세개의 엔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원작에서는 한병태가 가족들과 기차여행을 가는데 엄석대가 경찰들에게 붙잡히는 결말이고, 영화는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장례식에 동창들이 모이고 엄석대는 커다란 조화만 보내고 나오지 않는 결말이다. 작가가 후기에 추가한 결말은 엄석대가 우연히 만난 한병태의 가족에게 호텔과 고급 식사를 호의로 베풀고 변변찮은 학원강사인 한병태에게 서울에서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의를 하며 끝나는 결말이다.

작가는 원작은 악은 응징한다 – 는 권선징악이었다고 밝혔는데 이 당시 문학의 분위기가 ‘어둠이 힘이 승리한다’라는 유행이 지겨워서 선택한 결말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조직의 큰 보스로 성공한 듯한 엄석대의 모습과 그에 순응하는 암시를 하는 한병태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문열 작가는 여러분 각자의 다양한 결말을 생각해 보시라고 권하기도 했다. 거의 40년이 되가는 책이니까 그 세월도 의미도 다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이다. 또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후기 & 감상

영화를 보고 소설을 보면 영화에서 생략한 내용들을 텍스트로 전달해주니까 이 작품에 대해 좀 더 이해가 깊어진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화도 블로그에 리뷰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포스팅하면서 느꼈던 것 보다 더 구체적으로 메시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작가 후기에 보면 명확하게 해설을 해놨다.

  • 엄석대 : 정당성이 없는 권력
  • 분단장급 상위그룹: 지식인 출신의 관료 내지 행정기술자
  • 첫번째 담임: 미국, ‘독재자와의 왈츠’라는 6,70년대 외교정책
  • 두번째 담임: 경직되고 권위주의적 이념(폭력성)

이 모든 장치는 1980년대 한국 사회를 초등학교 교실을 빌려 우의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우린 이제 뭐가 뭔지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린 – 80년대 사회를 바로 알고자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여담

  • 작중 추인이라는 낮선 법률용어가 나오는데(법대를 안나오면 모를 듯한) 이문열 작가는 23세때 사법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 결말에서 한병태의 직업은 학원 선생님인데 작가 본인도 29세때 대구의 여러 학원에서 강사를 한 경험이 있다
  • 작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야기는 작가 체험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힘

참고로 2020년 개정판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들소’도 들어 있는데 뭔가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끼워넣은 듯 보인다. 들소는 잘 몰라서 읽지 않았는데 암튼 책을 소장하려는 경우 참고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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