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암기법 – 공부 암기법 02

글자암기법 - 공부 암기법

암기의 이해

어떤 것을 암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암기를 좀 더 잘 하기 위해서는 분해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여름에 다녀온 휴가지를 떠올린다고 해보자. 떠올린다는 것은 기억속에서 인출한다는 것이고 아마도 이미지, 분위기, 같이 갔던 사람들이 기억날 것이다.

암기의 사전적 뜻은 ‘외워 잊지 아니함'(네이버사전)이다. 여름의 휴가 기억은 외워서 잊지 아니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다고 하기도 그렇다. 왜냐하면 휴가철의 기억은 글이나 말도 포함한 종합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암기는 말 그대로 글이나 말에 한정하는 단어지만, 사실 암기를 하다보면 말과 글만 기억나는게 아니라 부수적인 것들, 이미지, 이해력, 종합적인 직관력 등이 함께 작용하여 잘 암기된 내용은 하나의 종합적인 스토리로써 여름철 휴가철에 못지 않은 풍성함을 가지게 된다. 사실 암기가 최종적으로 나아가야할 도착지이기도 하다.

무슨 글과 말로만 암기한게 얼마나 소용이 있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무 감흥없이 반복하는 암기가 여름철 휴가의 추억에 비할바가 있겠냐 – 는 타당한 질문이다. 그런데 그렇게만 생각하면 아주 신기한 인간의 모습이 있는데, 바로 종교이다.

기독교의 예를 들면 성경은 오로지 글로 기록되어 있다. 수천년동안 전해져 왔다면 성경에 그림이나 혹은 영상(원초적인 애니메이션)들이 기록될 수도 있을텐데 오로지 글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역사속에서 수많은 종교인들이 성경을 암기하여 성자로 거듭나서 인류를 영적으로 이끌어왔다. 놀라운 것은 수천년전에 쓰여진 성경에도 글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성경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며 신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말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즉 인간이 하나님을 만나는 영적인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말씀(글)이 필요하고 이는 성경의 암기(성경암송)라는 종교행위를 만들었다. 여름 휴가철의 기억은 물론 소중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성경의 암기를 통한 영적인 체험일 것이다. 물론 이 성경의 체험도 단순한 성경문구 암기가 아니라 개인의 경험, 이미지 등이 결합된 종합적인 체험이 궁극적인 형태니까 처음엔 단순한 암기, 기억 단위에서 출발하여 궁극적으로 어떤 인생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은 비슷하다.

기독교의 예를 들었지만 이는 불교 경전이나 무슬림의 코란 등 다른 종교에도 해당하는 일이다. 심지어 사회적으로 사이비, 이단이라는 곳의 교리 암기하는 것도 비슷하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특정 종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암기가 가진 특성을 일부 설명하려는 것이니 한발자국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암기의 기초 – 글자 암기법

종교 경전의 예를 들은 것은 글자의 강력함을 주장하기 위해서 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기를 너무 1차원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잘 외워지지 않는다고 본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글자 자체에도 집중하지 못하면서 암기를 하는 것이다.

암기를 하려면 제일 처음에 할 일은 글자를 암기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부터 필자가 설명하는 내용은 그렇게 당연하지는 않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쉬운 내용부터 보자.

사람들이 ‘연필’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외웠는가? 한국인이라면 초등학교 이전에 이미 다 배웠을 단어이다. ‘연필’을 자음과 모음 단위로 쪼개보면 ㅇ ㅕㄴ ㅍㅣㄹ로 무려 여섯개나 되고 조합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조합을 잘못하면 인펼 이라거나 편일 이 될 수도 있으며 이는 모국어 사용자가 아니라면 꽤 높은 난이도 인 것이다. 영어의 ‘pencil’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나는데 p e n c i l 의 알파벳 여섯개를 쓰는 것음 유사하다. 그런데 영어는 수평 배열이다. 자음 p의 아래에 모음 e나 i를 배치하지도 않고 그냥 옆으로 늘어놓으면 된다. 즉 1차원적이다. 그런데 한글은 2차원적으로 자음과 모음을 정확하게 배열한다. 그래서 연필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인 것이다.

암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 글자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너무 당연해서 그런지 이런 것을 주장하는 책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지만 필자는 확신한다.

글자의 구조

위에서 본 것 처럼 한글은 알파벳 계열처럼 1차원 배열이 아니라 2차원 배열이라서 문장을 암기하는게 쉽지는 않다. 반대로 이 구조를 응용해서 암기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단어 차원에서 보면…

한글에서도 조금 어려운 단어인 ‘은닉’을 외워보자. 글을 좀 읽는 사람이면 한글 단어는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될테지만 은닉은 법률용어이므로 학생 레벨에서 쉬운 단어는 아니다.

‘은닉’ 두 단어가 다 자음과 모음의 2차원 배열이다. 구조를 분석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필자는 우선 글자를 분해하며 특징을 잡아낸다. 첫번째로 특징을 잡으면 ‘은’의 받침 ㄴ이 ‘닉’의 자음 ㄴ과 같다는 것이다. 이 한가지 특징만으로도 기억은 쉬워진다. 종이에 은닉을 쓸 때 ‘은’을 쓰고 기억이 안나면 받침이 자음이다 – 라는 특징이 ‘닉’에 연결된다. 이 정도 짧은 단어는 한 가지 특징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서 조금 더 분석하면 ‘은’의 모음 ㅡ 를 세로로 기울이면 ‘닉’의 모음이 된다. 즉 ㅡ 와 ㅣ는 세로와 가로, 각도로는 90도 차이가 난다는 특징을 알 수 있다. ‘은’과 ‘닉’ 사이에 벌써 두개나 공통점이 있으니 이 단어의 글자를 구조적으로 이해한 것이니 까먹을 수가 없다. 그밖에도 잘 찾아보면 여러 특징이 나온다. 암기가 잘 안될 때 이런 글자의 특징을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암기가 된다.

문장의 암기에 적용

다음은 글자 암기법을 문장의 암기에 적용해보자. 글자암기법으로 단어를 외우는 일은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 문장을 외우는 것은 조금 더 품이 들어간다. 하지만 조각이 모여서 하나의 퍼즐을 완성하듯 글자암기법을 조금 더 확장하면 문장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음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가지고 실습해보자.

한 문장 단위로 암기해보고 이 두 문장을 엮어서 암기할 것이다. 첫번째 문장은 쉽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미 암기된 느낌이 드는데 어쨌든 여기서 암기할 것은 두 단어이다.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단어로 개별 단어의 설명은 생략한다. 혹 학생이거나 한글을 학습중인 외국인이라면 위에 글자암기법을 적용하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단어를 다 안다는 전제로 문장을 외우는 것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 민주공화국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첫번째 민국 – 민주에서 민이 일치하는데 한자어나 뜻도 일치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민주주의라는 말과 같다. 대한민국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도 아닐 것이고 당연히 민주주의일 것이다. 또 ‘민주공화국’에서 ‘주공화’를 빼면 민국이다. 대한민국은 ‘대한민주공화국’을 네글자로 줄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헌법의 제1조는 ‘대한민주공화국’이다 – 이고 이는 ‘대한민주공화국’이라는 한개의 단어를 풀어서 써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실제는 문장도 아니었던 것이다.

두번째 문장(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문장은 조금 더 길어서 어려워 보이는데 다시 구조분석에 들어간다. 문장을 암기할 때는 무턱대고 외우는 것 보다 스윽하고 전체를 보면서 특징을 찾으면 더 빨리 머리속에 들어온다.

핵심단어를 많이 찾는 것도 좋지만 그 핵심단어 중에서도 추려야한다. 필자가 봤을 때는 ‘주권’이란 단어와 ‘권력’에서 권이 공통점이고 뜻도 비슷하다.

단어를 의미로 재배치 하면… 대한민국, 주권, 권력, 국민 이 되는데 여기서 주권하고 권력을 합치면 ‘주권력’이 만들어진다. (뜻은 아직 생각안해도 된다) 또 대한민국과 국민을 합쳐서 ‘대한민국민’이 만들어진다. 즉 2항의 문장은 ‘대한민국민 + 주권력’으로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민과 주권력의 연결을 찾는건데, 이 부분은 국민의 주권이라는 설명적 이해로 해도 가능하고, 글자암기법의 기술을 써서 국민의 받침인 ㄱㄴ이 권력의 받침인 ㄱㄴ과 같다는 식으로 특징을 찾아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암기할 때 ‘대한민국민’ 이라 하고 다음 단어를 쓸 수 있으면 된다. 백지복습할 때 생각보다 파워풀한 방법이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암기 후 인출해보자.

1조 1항 대한민주공화국

2항 대한민국민, 주권력

이 세개의 단어로 헌법 1조 암기가 끝난다.

물론 단어에서 문장으로 다시 조립하는 것은 몇번의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필자의 글자암기법은 아무 노력없이 머리에 그냥 복제되는 기억술이 아니라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기적의 암기법들도 마찬가지다. 훈련 과정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반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저 위에 처럼 분해한 단어들을 A4 용지의 반을 접은 곳에 써놓고 산책할 때 몇번 읽어 보면서 문장으로 조립해보면 된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마지막에 시험보러 가기전에 그 A4 용지를 한번 딱 보고 들어가면 암기 시험에는 대응이 된다.

한가지 팁은 위에 단어를 적을 때 이렇게 해보는 거다.

대한민-주공화-국

대한민국-민, 주권-력

‘-‘ 표시된 부분을 체크하면서 읽으면 문장으로 조합하는게 더 수월할 것이다.

글자암기법 장점

글자암기법은 한글에 특화된 암기법으로 파워풀하다. 가장 큰 장점은 글자 하나하나의 구조를 분석하기 때문에 논리와 접근법이 무한에 가깝다.

영어 문자인 알파벳은 26개이라 글자 암기법을 개발할게 별로 없는데 한글은 조합에 따라 총 11172 글자가 가능하기에 이 글자들 사이에 여러가지 특성이 있고 공통점이 있다. 글자수가 많은 언어로는 중국어의 한자도 있지만 한자는 각각의 글자가 고유하기 때문에 한글과는 다르다. 한글은 초성 19, 중성 21, 종성 27의 조합이기 때문에 훨씬 직관적이고, 글자마다 공통의 특성을 뽑아내는게 한자와는 비교가 안되게 쉽다. 글자암기법은 이런 한글의 장점을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반대로 말하면 한글은 단순한 암기로 외우는게 더 어려운 언어가 될 수 있다. 26개 알파벳의 수평 조합인 영어가 그냥 딸딸딸 암기에는 한글보다 쉬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밀고 있는 한단어 암기법도 글자암기법과 결을 같이 한다. 사실 한단어암기법을 만들다 보니 글자암기법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이다.

또 한동한 필자 스스로 테스트한 후에 결과와 내용을 공유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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