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1기 리뷰

귀멸의 칼날 1기 리뷰

귀멸의 칼날

귀멸의 칼날은 일본의 전통 만화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된 시대극 판타지물 작품으로 작가는 고토게 코요하루 입니다. 2020년 5월에 최종화로 4년간의 연재가 완결되었스며 TVA 1기, 극장판, TVA 2기가 출시되었습니다.

일본 만화 특유의 검과 마법 세계관이라는 공통점에서 보면 나루토의 세계관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작가 개인 사정 때문인지 애니화로 인기가 절정에 이른 후에도 장기연재를 하지 않고 205화로 작품을 종결한 것도 그렇고 귀멸의 칼날의 설정 자체는 매우 심플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 방대한 나루토에 비할 것은 아닙니다.

대세 작품을 그리는 작가가 연재를 그만두려 하면 편집부에서 어떻게든 오래끌고 가면서 우려먹으려 하는 일본 잡지 전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동안 지나치게 우려먹은 경우가 많아서 귀멸의 칼날처럼 짧고 굵게 가는게 정상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귀멸의 칼날은 애니메이션에서 제대로 인기가 있는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 한동안 양산형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일본 애니 산업에도 아직 희망이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작품입니다. 특히 2019년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해외 애니메이션 유튜버가 귀멸의 칼날의 연출을 분석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는데 3D 기법을 사용한 필살기 연출에 대한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귀멸의 칼날은 스토리가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레벨업 -> 보스 -> 레벌업 -> 보스 … 레벨업 -> 최종보스 의 형식을 따르기 때문에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단점을 모두 무시하게 만드는 것은 필살기의 연출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귀멸의 칼날을 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뭐랄까 버블경제 시대의 90년대 애니 이후에 ‘아 이래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지~’ 라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뇌리에 남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숙련된 애니메이터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그래서인지 지금도 해외 유튜브의 귀멸의칼날 리액션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는 편이고요. 역시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스토리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원초적인 감각의 만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대략의 줄거리

평범한 산골의 소년 탄지로가 이웃 마을에 숯을 팔고 집에 돌아왔을 때 여동생인 네쯔코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몰살을 당합니다. 그는 네쯔코가 숨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살리기 위해 치료를 받으려 하지만 그녀는 혈귀로 변한 상태였습니다. 탄지로는 귀살대 수주 토미오카 기유에게 이 모든 일이 혈귀로 인해 일어난 일임을 듣고 본인도 귀살대가 되어 복수를 다짐합니다.

토미오카의 부탁으로 우로코다키에 의해 2년간 훈련한 탄지로는 목숨을 건 귀살대의 선별시험에 합격하고 귀살대의 하급계급장인 계에 합격합니다. 탄지로는 귀살대의 지령을 받아 차례차례 나타나는 혈귀들을 무찌르고 네쯔코를 다시 사람으로 돌리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네쯔코를 혈귀로 만든게 혈귀들의 최종보스인 키부츠지 무잔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수도 동경에서 그와 조우합니다.

시즌 1의 하이라이트는 키부츠지의 피를 받은 십이귀월중에 하현 5인 루이와 싸우는 장면입니다. 루이와의 싸움 이후 귀살대 주와 만나는 장면 그리고 부상회복과 수련 후에 새로운 임무를 받아 출발하는 장면에서 시즌 1이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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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 5 루이

필살기 명장면

시즌1의 필살기 명장면을 꼽으라면 탄지로의 히노카미 카구라와 동기 젠이츠의 벽력일섬일 것입니다. 젠이츠 벽력일섬 젠이츠 벽력일섬 젠이츠는 평소에는 겁쟁이 처럼 행동하다가 무의식 중에 기술이 발동한다는 설정이 평소에 약자 => 갑자기 최강자 의 반전 매력을 좋아하는 팬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아쉬운 점은 젠이츠는 번개의 호홉을 1형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시즌 1을 통틀어서 벽력일섬이 딱 두번 나옵니다. 겁쟁이 젠이츠 보다 싸움을 좋아하는 함께 다니는 귀살대 동료 이노스케의 액션장면이 더 많지만 애니를 다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젠이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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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이츠 번개의호홉

히노카미 카구라

히노카미 카구라는 아직 탄지로가 계의 낮은 실력에 있을 때 십이귀월의 하나인 루이를 만나 고전할 때 스스로 터득한 기술입니다. 원래는 물의 호홉을 사용하지만 물 속성이 불 속성으로 바뀌면서 루이를 쓰러뜨리는 장면은 시즌 1의 모든 것을 갈아넣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떤 팬은 이 장면만 100번을 돌려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단순히 화려한게 아니라 1초 단위로 탄지로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감동이 전달됩니다.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진짜로 100번을 돌려봐도 전혀 질리지 않을 내용+연출+음악 입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귀멸의 칼날은 반드시 봐야하는 애니메이션 리스트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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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카미 카구라

감상

귀멸의 칼날은 칼잡이들이 나오다 보니 바람의 켄신 처럼 에도시대가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열차가 나오는 등 일본의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칼잡이 + 오니(혈귀) 활극은 이누야샤나 나루토 등의 일본 만화에서 많이 봐왔고 그렇게까지 특이한 장르는 아닙니다. 하지만 흥행에 유리한 일본식 성장 배틀물의 기본 구조에 충실하고 교과서적이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극중 주인공 측인 귀살대와 빌런인 키부즈치 무잔과 십이귀월간의 선악의 밸런스를 맞춘 원작의 뛰어난 스토리텔링이 탁월한데다가, 향상된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도입한 현대적인 화려한 연출과 초호화 성우들의 출연은 이 작품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 애니를 보고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예술에 대해서 다시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전 90년대에 애니메이션 황금기에는 감독과 멤버들의 예술성이 중요했습니다. 거의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하는 아날로그 세대였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극장판이나 TVA 를 주로 만들었던 가이낙스의 안노 히데키 감독 등 애니메이션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사람들이 한 두명이 아니라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입니다.

본격적으로 컴퓨터 그래픽스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중에는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 있습니다. 공각기동대가 미래 시대를 그린 내용이니까 당시에도 첨단의 기술이었던 3D 그래픽 기술을 접목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는 픽사의 3D애니메이션도 나오기 시작한 때 였으니까요. 그런데 귀멸의 칼날 같이 일본도와 마법이 난무하는 다분히 아날로그적 감성의 애니메이션에 3D 를 접목시켜야 겠다는 생각은 최근에서야 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귀멸의 칼날을 만들고 나서야 시청자들은 애니메이션에 아날로그적 장인 정신뿐만 아니라 첨단의 기술과 감성을 접목시키면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죠.

귀멸의 칼날 이후 3D를 활용하여 액션의 강도가 높은 애니메이션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애니플러스에서 소개하는 Vivy -Fluorite Eye’s Song- 의 액션씬을 보면 정말 스토리가 필요없는 화려한 연출이 최근의 대세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는 당연히 컴퓨터 그래픽을 적용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이렇게 혁신이라는 것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귀멸의 칼날 TVA 애니메이션은 총 3기로 예상되고 현재 2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2021년이 끝나기 전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토리 적으로는 극장판 무한열차편이 1기 다음이고 2기 유곽편 그리고 3기가 아마 23화 완결까지를 그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마 3기와 그 사이에 또 극장판으로 제작하려고 할 것 같은데 결국 팬이라면 TVA 뿐 아니라 극장판도 다 봐야할 것 같습니다.

총체적으로 평가하면 귀멸의 칼날 시즌1기는 역사적으로 최고의 작품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원작 코믹스도 훌륭한 작품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여 향후 애니 산업의 어떤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고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다른 제작사들이 향후 비슷한 연출을 다양하게 시도할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애니메이션은 동물처럼 살아움직인다는 animate 어원에서 나온 말인데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본다’는 개념에 충실하면 스토리나 개연성 이런 것이 약해도 그냥 빠져들게 됩니다. 무수히 많은 저비용 스토리 텔링 애니메이션에 지쳐있다면 귀멸의 칼날을 꼭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작가 미상 여성?

내용은 소년 성장 배틀물이지만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작가는 30세 초반의 여성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소년(남성) 관점의 작품과는 다르게 여성들도 공감할 포인트가 많다고 봅니다. 빌런들의 스토리를 구구절절 설명해 주는 씬들을 보면 확실히 빌런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내용입니다. 소년물에서는 아무리 강한 악당이라도 대충 뚝배기를 깨고 주인공의 재물로 삼아 무자비하게 털리는 것과는 차별된 부분이 좋았습니다. (약간 스토리가 늘어진다고 호불호가 갈릴수는 있음) 향후 2기도 빨리 넷플릭스에서 방영을 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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